할머니가 옳았다 20화

실화 소설

by 홍유진

10월의 첫날은 놀람의 연속이었다.


먼저 아침에 원석이 들러 양의 백혈구 수가 엄청나게 줄었음을 알려 주었다.


“오호, 오늘은 백혈구가 4만대까지 내려갔군요! 병원에서 치료한 지 며칠 안 돼서 이 정도의 반응이면 좋은데요? 처음에 왔을 때는 16만 개가 넘게 득실거렸어요. 다 어디 갔죠?”


“와! 진짜요? 걔들은 찾지 마세요. 다신 안 왔으면 좋겠어요.”


녹색 신호는 심해의 회진에서도 나타났다.


“하, 양 씨? 오늘은 좀 어떤가요?”


“괜찮습니다. 주치의 선생님이 잘 돌봐 주셔서요.”


양이 원석과 눈을 마주치고 웃으면서 답하자, 심해도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양호합니다. 오늘은 비장을 한번 볼까요?”


양이 자세를 잡자, 심해가 양의 왼쪽 갈빗대와 배의 사이를 꾹꾹 힘주어 눌렀다. 원석은 머리를 기울여 심해의 손가락 움직임과 양의 반응을 꼼꼼히 관찰했다.


“여기, 아픈가요?”


“아니요.”


“여기는 어떤가요?”


“괜찮아요.”


“다행입니다. 비장도 많이 줄었습니다. 앞으로 지켜봅시다.”


“감사합니다!”


심해가 가고 얼마 안돼서, 원석이 다시 들어오더니 짧은 말을 던지곤 부리나케 나갔다.


“이거, 아쉬운데요? 산소 포화도만 높아지면 아마 내일쯤 퇴원할 수 있을 겁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전해 주고 싶어서요. 그럼 남은 회진 때문에 이만.”


양과 금희는 손뼉을 마주쳤고, 금희는 서둘러 수상과 대양에게 소식을 전했다. 모두가 해방감에 휩싸이고 있었다. 이제 하루만 기다리면 다 같이 지난날의 일상으로 돌아갈 참이었다. 양은 들뜨지 않으려 애쓰면서도 기쁨을 숨길 수 없었다.


양은 차분하려고 책을 읽으며 보냈다. 오후에 빨간 피 2봉을 맞고 나자 산소 포화도가 높아져 호흡기도 뺄 수 있었다. 양은 혹시 원석이 들를까 이따금 복도에 귀를 기울였지만, 이제 마음을 놓은 탓인지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윽고 저녁이 가까워지자, 첫날의 다정하던 간호사가 들어와 양의 손등에 연결돼 있던 수액까지 떼어 냈다.


“하양 님, 주치의 선생님이, 내일 퇴원할 거라고 하시던데요?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손등에 꽂힌 주삿바늘은 아직 안 빼나요? 손이 자꾸 저려서요.”


“내일 아침에 혈액 검사 결과를 보고, 혹시 또 빈혈 수치가 낮으면, 수혈을 받고 퇴원하셔야 해서요. 늦어도 내일 오전 중으로는 뺄 테니까, 불편하셔도 조금만 참으셔요.”


이날따라 조용한 저녁이었다. 건너편 환자도 오늘은 잠잠했고, 이중 커튼마저도 양의 퇴원 소식에 숨죽여 귀를 기울이는 듯 했다. 질투 섞인 부러움을 머금은 병실의 평화로운 침묵은 잠 못 이루던 어젯밤의 기억을 양에게서 지우는 듯 했다. 하지만 이날 밤이 채 되기도 전, 저녁에 새로 교대한 간호사가 오더니 새로운 수액을 양의 손등에 다시 연결했다.


“저, 내일 퇴원할 거라서 아까 다른 간호사님이 빼셨어요. 혹시 못 들으셨어요?”


“알아요, 근데 다시 연결하라는 지시가 내려와서요.”


“왜…요? 퇴원 일정이 바뀌었나요?”


“내일 주치의 선생님께서 직접 말씀해 주실 거예요.”


이상한 밤이었다. 양은 잠에 빠져드는 듯 했지만, 몇 번이나 깨어나 금희가 옆에 있는지 확인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