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소설
“자?”
이날 밤늦게 도착한 호수의 메시지에 양은 놀랐다. 뭐라고 해야 하나 고민하는데 양이 읽었음을 확인한 호수가 말을 이었다.
“나 지금 대한대학교 병원 벤치야.”
“뭐? 왜 왔어! 이렇게 늦은 시간에.”
“그냥 집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여긴 면회가 안 돼.”
“알아. 넌 마음 쓰지 마. 내가 오고 싶어서 온 거니까.”
“네가 이러면 내가 말하지 말 걸 후회되잖아….”
“아냐. 잘 말했어. 그런 생각하지 마.”
“…….”
“양아, 힘내. 이 말, 하러 왔다. 얼굴은 못 보지만 가까이에서 말하고 싶어서.”
“…….”
“힘내! 내가 헌혈을 더 열심히 할 테니까.”
“헌혈?”
“너 수혈을 많이 받아야 하잖아. 기사에서 봤다. 내가 O형이고 넌 AB형이니까 여기 대학로 헌혈카페에서 하면 너한테 갈 수도 있잖아. 그래서 전혈도 시작했어.”
“전혈?”
“특정 성분만 뽑는 거야. 4시간 정도가 걸리고 노랗던데?”
“아… 그거 혈소판이라고 해. 마음은 고마워. 근데 그러지 마.”
“내 피니까 내가 알아서 할게.”
“아니, 네 피가 내게 오진 못해. 나도 병원에 와서 알았어. O형은 다른 혈액형의 사람 모두에게 피를 줄 수 있고, AB형은 다른 모든 혈액형의 피를 받을 수 있다던 네 말, 사실이 아니었어. 각자 자기와 같은 혈액형의 피만 수혈 받을 수 있어. 나는 RH+ AB형의 피만 맞아. 더구나 같은 혈액형의 피도 미리 내 피와 반응시켜서 안 부딪치고 문제가 없는 피만 맞고. 그러니까 그러지 마. 그러면 내가 너무….”
“그만. 넌 낫는 것만 생각해. 알았지? 헌혈은 내가 알아서 할게.”
“그래도….”
“늦었다. 얼른 자. 난 그냥 여기에 좀 더 앉아 있다 갈게.”
잘못했나? 난 그저…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던 것뿐인데… 내가 준 상처가 조금이라도 아물었으면 해서… 호수의 골수는 절대로 안 받아! 받을 수 없어! 그리고 받을 수조차 없을 거야. 아마도 나는… 그전에 죽을 거야.
양은 뒤늦게 후회했다. 차라리 호수가 모르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어. 호수를 걱정하며 양은 또 다른 악몽으로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