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소설
다행히 파업이 시작되기 전에 병원을 나가게 된 사람도 있었다.
이날 검사 결과로 5호 원희의 퇴원이 결정됐다.
이미 회복기에 있었던 원희는 드디어 새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처음으로 혈소판이 2만 이하로 내려가 우울하던 양도 퇴원 소식에 신이 난 그림 모녀를 보자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4호 연두에게도 변화가 있었다.
말로만 듣던 약혼자의 첫 방문이었다.
늘 꽁꽁 닫혀 있던 4호의 커튼이 이날은 마주한 양에게 보일 정도로 빠끔 열렸다. 그곳으로 4호의 감출 수 없는 설렘이 뿜어져 나왔다. 듬성듬성 자란 머리카락 사이로 흰 연고를 덕지덕지 바른 연두의 얼굴이 자꾸만 바깥을 기웃거렸다.
곧 잘 그을린 피부의 젊은 남자가 기대에게 이끌려 커튼 안으로 들어섰다. 체육대학을 나온 듯 몸이 탄탄한 남자는, 조금 긴장돼 보였다. 싱글벙글한 표정의 기대가 둘이서 얘기하라며 병실 밖으로 나가자 곧이어 연두의 들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남아!”
“어… 어.”
“나 안 보고 싶었어?”
“…보고 싶었어.”
“나도, 힝. 근데 왜 그렇게 멀리 서 있어? 여기 와서 좀 앉아. 내 걱정 많이 했어? 아버님, 어머님은 잘 계셔?”
“어, 어. 난 서 있어도 괜찮은데.”
“내가 보고 싶어서 그래, 힝.”
“그럼… 앉을게.”
배신남은 보호자 침대의 중간쯤에 엉거주춤하게 앉았다.
“거기서 나 올려다보려면 불편하지? 안 불편해?”
“아니, 여기가 편해. 너야말로 몸이 불편해 보이는데, 나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있어.”
“어? …응.”
어쩐지 4호에게 미안해져서 양은 하얀 커튼을 쳤다. 그래도 여전히 두 사람의 말소리는 들렸다. 드문드문 이어지던 대화를 어색한 침묵이 채우다 연두가 속삭였다.
“남아, 나 좀 봐. 왜 계속 폰만 들여다 봐.”
“아, 게임 좀 하느라고.”
“게임?”
“어, 어.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나? 오늘은 그만 가야겠다. 의사랑 만나기로 해서.”
“의사? 누구?”
“여기 주치의. 걱정도 되고 아빠, 엄마한테도 상황을 말해야 하니까 내가 보자고 했어.”
“…응.”
“또 올게. 나오지 마. 몸도 불편한데. 나, 갈게.”
그렇게 신남은 뒤돌아 나갔다.
연두 곁에 머무른 시간은 1시간이 채 안 됐다.
양은 그가 원석과 무슨 얘기를 나눌지가 궁금했지만,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남의 일까지 생각하기에는 항암월드의 하루하루가 너무 피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