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소설
이날 저녁, 혼자의 아들 안둘만과 며느리, 맏딸 안일녀와 막내딸 안세녀가 불려왔다.
말로만 듣던 혼자의 아들, 딸의 방문은 양이 입원한 뒤로 처음이었다. 동생 숙자가 있는 채로 아들과 며느리, 딸들이 둘씩 교대로 들어왔다.
면회 금지. 보호자 1명이 원칙인 병동에서, 환자까지 4명이 몇 시간째 양의 자리 바로 옆에 머무는 셈이었다. 혼자의 자리는 사람으로 가득 찼다.
“바로 옆에 면역력이 낮은 애가 있는데 저러면 어쩌자는 거래? 그나마 수술 때문에 2호가 금식이라 다행이네. 안 그럼 밤새 다섯이 들락거리며 여섯이서 먹고 마시고 떠들었을 텐데.”
금희는 신경이 바짝 곤두선 상태로 그들이 떠나기만을 기다렸다.
누군가 신고했는지 간호사가 여러 번 와서 보호자는 1명만 머물러야 한다고 주의를 줬지만, 소용이 없었다. 어머니가 수술을 앞두고 있으니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가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혼자의 자식들이 격리 병동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얼굴도장만 찍고 돌아간 괘씸한 며느리를 욕하는 어머니 곁에서, 둘만은 혼자의 푸념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아내 대신 버티는 벌을 섰다.
참다못해 누나와 여동생을 부르러 나오던 그는 병실 안에서 화장실을 발견했고 소변이 급했음을 깨닫고 급히 달려갔다.
“안 돼욧! 거긴 환자 화장실이에욧!”
가시 돋친 금희의 목소리가 공기를 가르며 둘만의 뒤통수를 때렸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급해서. 이번만 쓰겠습니다.”
둘만은 뒤도 안 돌아보고 그대로 화장실로 다가갔다. 화가 난 금희가 뛰쳐나가 화장실 문 앞에서 둘만을 몸으로 막았다.
“안 된다구욧! 환자들만! 쓰는 화장실이라니까욧?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한테 병이라도 옮기면 어떻게 책임질 거예욧?”
“휴. 너무 급한데….”
금희의 눈빛이 사납게 번뜩였다.
“…알겠습니다.”
서슬 퍼런 금희에게 눌린 둘만은 발을 동동거리며 병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러자 신경질적인 혼자의 목소리가 커튼 너머의 양에게로 날아왔다.
“지가 뭔데 내 아들한테 소리를 지르고 지랄이야? 그까짓 환자 화장실 한 번 쓰는 게 뭐가 어때서! 하이고. 다 죽어 가는 중환자들이 병을 우리 아들한테 옮기면 옮겼지, 건강한 내 아들이 뭘 옮긴다고 저 지랄이냐고오!”
금희가 듣지 못해 다행이었다.
요즘 금희와 혼자 사이에는 견디기 힘든 긴장감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이날 밤, 양은 여느 때처럼 잠에 들었지만 2번이나 악몽을 꿨다. 모두 양의 눈앞에서 멀쩡하던 사람이 뇌가 터져 죽는 꿈이었다. 두개골이 뭉개지며 붉은 피 위로 하얀 뇌가 쏟아져 바닥에 흩어졌다.
그때마다 양은 소스라치게 놀라서 깨어났고, 땀에 젖은 환자복을 갈아입으며 두려움에 떨었다.
죽음도, 죽음을 보는 일도 아직은 양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