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를 비꼬는 사람들에 대한 작은 고찰

왜, 정말 왜 그러세요?

by 리본

도대체 왜, 왜 그럴까.

내가 동물을 안 먹겠다는 선택을 한 것이 그들의 인생에 해를 끼친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그렇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일까. 무엇에 그렇게 화가 난 걸까. 피로를 느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는 것도 나를 너무 지치게 만드는 일이라 몇몇의 책과 글을 읽었고 많은 채식주의자들이 쓴 글에서 답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옆에 있으니, 아무것도 하지 않은 평범한 내가 악당이 되는 마법]

아마도 이게 아니었을까.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보편적으로 동물권, 건강, 환경보호 등에 관심이 있다. 설령 처음에 특정 이유로 시작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채식에 대해 알아갈수록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생긴다(내가 그러했듯). 아무튼 채식을 하는 것은 어디엔가 도움이 되고 싶어 하는 행동의 결과다. 그러니까 나는 이러한 일련의 행동을 일종의 선행으로 본다. 그리고, 아마도 누군가에겐 그게 아니꼬운 듯하다. 나는 안(또는 못) 하는데 쟤는 하는 선행. 나는 하고 싶지 않은데, 쟤는 하고 있는 그 착한 척.


육식을 하는 사람들도 (쉽게는) 육식이 동물을 괴롭게 한다는 사실 쯤은 알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즐거움과 만족을 갈망하는 존재기 때문에, 나의 만족을 위해 그 사실을 식사 때 만이라도 모른 체하고 육식을 지속해나갈 뿐이다. 나는 그 부분에 대해서 지적할 생각이 전혀 없다. 대부분의 인간이 그렇게 자라왔기 때문이며, 불과 몇 개월 전까지는 나도 그래 왔기 때문이다. 나 또한 동물권에 놀라우리만큼 관심이 없었던 지난날, 거의 매 끼니를 육식으로 지속해왔고, 그 맛에서 즐거움을 찾았다(지금 생각하면 그게 고기 맛인지 양념 맛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그 언젠가 내가 했던 생각은 '동물, 불쌍하지.. 인도적으로 도축했으면 좋겠어'. 지금 생각해보면 기가 막힌다. 어차피 죽일 거 '친절하게' 죽이자니. 이쯤에서 'ㅋ'을 세 줄 정도 쓰고 싶다. 놀라워라.


-동물권에 대하여-

나는 동물을 가엽게 여기고 동물 학대에 분노하던 사람이었으나 웃기게도 동물을 위해 채식을 시작한 케이스는 아니다. 진짜 '동물보호 운동가'는 아니었다는 뜻이다. 안쓰럽게는 여겼으나 그들을 위해 무언가 행동하지는 않았으므로. 그러나 지금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 나는 고기를 먹지 않아도 죽지 않으나, 내가 고기를 먹으면 누군가는 죽어야 한다. 굳이 어떤 목숨을 끊어가면서까지 고작 그 몇 개의 덩어리가 먹고 싶지는 않아졌다. 너무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나, 돼지는 개보다 월등히 똑똑하고, 닭은 개처럼 인간과 교감이 가능하며, 소는 인간과 공놀이를 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지능을 가졌다. 그저 언젠가 인간이 필요에 의해 어떤 종은 식용으로, 어떤 종은 반려용으로 구분 지었을 뿐이다. 그들의 삶은 어디로 갔는지 누가 대답할 수 있을까.

몇 년 전 어미 앞에서 새끼의 가죽을 산 채로 벗기는 기괴한 짓을 한 동물 학대범을 향해 '저 인간도 똑같이 해줘야 한다'며 분노한 내게 '그건 지나치다. 그래도 인간 목숨이랑 동물 목숨은 가치가 다르잖아.'라는 논리를 펼치며 이성적 인척 한 인간이 하나 생각난다. 그때 나 지금이나 해주고 싶은 말은 하나다. 꺼져.

물론 내게 인간과 토끼 한 마리 중 한쪽을 반드시 죽여야 한다는 미션이 주어진다면 희생자는 아마 토끼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이 토끼라는 짐승보다 가치가 있고 우월해서가 아니라, 내가 인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더 유대감을 느끼는 동족을 살리고 보는 일종의 본성, 뭐 그런 것이겠지.


어이없는 반박 1. 채소는 안 불쌍해? - 김한민 작가의 책 '아무튼 비건'에서 인용한다. '식물도 당연히 아끼고 보존해야 한다. ... 다만 아직까지 인류는 식물을 섭취하지 않고는 생존할 수가 없다. 그런 기술은 아직 발명되지 않았다. ... 그러나 동물 없이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게 이미 입증되었다. 우리는 현재 가능한 것부터 실천하면 된다. 먼 훗날, 식물의 고통을 증명할 수 있고, 식물을 먹지 않고도 생존할 수 있을 날이 온다면, 아마 가장 먼저 이 변화를 수용할 사람들도 비건이 아닐까 한다. 육식주의자들은 그때도 구실만 찾을 것이다.' , '만일 진심으로 식물의 고통을 배려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가장 서둘러 비건이 되어야 한다. 식물을 가장 적게 죽이고, 식물의 고통을 가장 최소화하는 방법이 바로 비건이다.'


-건강에 대하여-

누가 나한테 왜 채식을 하느냐고 묻는다면 답은 '몸에 안 맞아서요.' 이것이다. 처음 시작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사실 소화계통이 건강하지 않은 사람은 고기를 끊는 게 좋다고 하지 않나. 나는 실제로 고기를 먹지 않으면서부터 비교적 위가 편안해졌다. 물론 채식한다면서 맨날 감자튀김에 핫 소스 뿌려먹으면 위는 아프다. 아무튼, 이렇게 답변하면 꼭 돌아오는 말이 '골고루 먹어야 건강에 좋다는데..'인데, 사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는 그 말에 반박자료를 늘어놓을 수 있다. 채식 관련 글과 책을 찾아보다 보면, 저런 사람들한테 너무 당해서 노이로제가 온 채식주의자들이 각종 반박 자료를 정리해놨기 때문이다. 진짜 다들 지긋지긋하신 것 같다. 결론만 말하자면 채식한다고 건강을 해치지 않는다. 건강하게 먹는 방법은 다양하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나, 최신 영양학 연구를 주도하는 'How Not to Die'의 저자 마이클 그레거 박사를 포함한 많은 영양 학자들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어이없는 반박 2. 스님도 병에 걸리잖아? - 채식하는 스님도 병에 걸리는데 육식을 하면 병에 걸릴 확률이 더 커지지 않을까요. 혈관 질환, 심장병, 각종 암.. 적어도 고기를 먹어서 더 걸릴법한 병은 확률을 낮출 수 있게 되었네요. 야호.

어이없는 반박 3. 단백질 부족은 어떻게 할 건데? - 단백질은 채소와 곡물의 조합에서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일부에서는 육류에서만 얻을 수 있는 단백질이 있다고도 하는데, 그렇다고 한들 그것을 먹지 않는다고 해서 내 건강이 몹시 위태로워지진 않을 것이다. 현대인의 대부분은 단백질을 과잉섭취를 하고 있다. 주변에서 단백질이 부족해서 병원에 갔다는 사람을 본 적 있는가?


-환경에 대하여-

나는 다행히 환경에는 관심이 있었다. 이상하게 플라스틱이나 비닐 등을 버리는 게 겁이 났고, 늘 아끼고 아껴두다 다른 데에 한 번이라도 더 사용하고서 못쓰게 되고 나면 버리곤 했다. 그러나 생활 속에서 쓰레기를 줄이는 것 말고는 특별히 한 것이 없었고, 고기도 아주 즐겨 먹고 있었다. 진짜 '환경운동가' 또한 아니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공장식 축산, 낙농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이 부분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다큐멘터리 'Cowspracy'와 'What the Health'를 본 이후였다(나는 이 다큐멘터리를 본 이후에도 사실 동물보단 건강과 환경에 초점을 맞추었다). 사육되는 동물들이 먹는 엄청난 양의 곡식, 사육장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 폐수까지. 환경에 가하는 해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우리가 필요한 양만큼의 곡식과 채소만을 재배하고, 자연 속에 살아가고 있는 동물을 필요한 때에만 사냥하여 섭취하였다면 지구는 아플 일이 없었을 것이다(채식주의자도 생겨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육류 소비를 지향하는 식문화의 흐름 속에서 곡식과 채소는 인간이 아닌 '고기'가 될 동물들의 사료로 쓰이고, 정작 인간은 넘쳐나는 곡물 재배 속에서도 굶는 일이 허다해졌다. 이 모든 게 자본주의 때문이지. 우리는 부채감을 가져야 한다. 이 부분에 있어서 나는 반박할 여지가 없다고 느낀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환경 부분에 대해서 어이없는 반박을 하는 육식주의자는 아직 만나지 못했다. 저 부분에 대한 지식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편이라 그런 듯하다.


어이없는 반박 4. 아니 어떻게 고기를 안 먹어? 너무 맛있어.. - 진짜 대화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굳이 덧붙이자면, 나는 맛알못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고기를 입에서 지운 이후 맛에 대한 감각이 훨씬 살아났다. 재료 본연의 맛에 대해 알기 시작했다. 마늘이 볶음요리에서 어떤 맛을 내는지, 버섯이 들어간 요리에선 어떤 향이 나는지 양념 범벅한 고기 요리를 벗어나고서야 알게 되었다.


사실 더 많은 어이없는 반박들과 나의 많은 생각이 있지만 충분한 것 같아 그만둔다.

몇 시간에 걸쳐 구구절절 적어보았지만, 궁극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시시비비를 가릴 일이 아니니 마이웨이 합시다.' 이것이다. 채식주의자들은 대개 육식을 하는 사람들에게, '당장 오늘부터 그만 먹어라, 역겹다.'라고 말하지 않으며(물론 일부 극단주의 또는 우월감에 사로잡힌 패션 비건들이 그런 소리를 한다고 듣긴 했다), 채식을 한다는 것만으로 말도 안 되는 우월감을 드러내거나 시혜적인 태도를 취하려는 것도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나의 신념에서 비롯한 선택으로 육류 소비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니 굳이 앞서서 방어적인 태도를 가지고 저따위의 어이없는 반박을 하거나, 어떻게든 설득해서 고기를 다시 먹이겠다는 주제넘은 선생질은 필요가 없다.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인간이니, 본인이 먹고 싶으면 먹으면 된다. 누구도 비난하지 않았는데 비난받을 것이 두려워 좋은 일을 해보겠다는 사람을 굳이 나서서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 서두에서 언급했듯 채식주의자가 육식을 하지 않는 것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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