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살아가야 가기에,

가슴 찡하지만 유쾌해. 삶의 단짠단짠 이야기

by 삶은 사람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까.

언제부턴가 나를 소개할 때 아이를 먼저 소개해야 했다.


이미 주변에 끼친 민폐에,

혹은 앞으로 끼칠 일들에,

혹은 뭔가 석연치 않은 눈빛에.


그렇다.

나도 장애 아이의 엄마다.

특별하지도 않고, 흔한 자폐성 장애 엄마다.

그것도 1급이다.

장애 등급제가 폐지되면서, 장애 정도로는 '심한 장애'에 속한다.


아이는 이제 열네 살.

아이는 살면서 내가 가장 힘들어한 두 가지를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줬다.


하나는 예측불허.

ENTJ인 나는 계획에 살고 계획에 죽는다.

철두철미한 계획을 세워야 직성이 풀리고, 계획대로 실현되는 생활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아이는 나에게 늘 예측불허의 과제를 주고,

나는 그 과제에 진이 빠지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나는 조금씩 예측 불허에 대한 자극에 둔감해지고 있다.


두 번째는 신세 지기.

다른 사람에게 신세 지는 것을 참 어려워하는 나에게 아이는 숙제였다.

선생님들께 죄송했고, 친구들에게 미안했고,

처음 보는 사람들,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한테 미안해지고 도움 받기는 부지기수였다.

지인들에게조차 맘 편히 부탁을 못했던 나에게 정말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공항이 떠나가라 울부짖는 아이를 힐끔 보고 나를 힐끔 보고 번갈아보며

눈빛으로 열렬히 원망하는 사람들을 보며,

어떻게 해야 조금 더 뻔뻔한 척, 태연한 척해야 하나 고민도 해봤고

어떻게 해야 조금 더 매너 있고 교양 있게 행동하나 고민도 해봤다.

결과적으로는 숨길 수 없었기에 좌절만 했다.


그래도 꿋꿋이 살아왔다.

산전수전 공중전을 겪은 나와 아이에게 잘했노라 칭찬하고 싶다.


그리고 또 그런 내 주제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삶을 응원하고 싶다.

그래서 나 역시 힘을 얻고 싶다.

나의 삶을 채워가고 싶다.


삶은 살아가야 하기에

힘들지만, 또 힘을 내본다.

여기에 나의 부족함을 담아 당신과 나를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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