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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은 사람 Oct 28. 2023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아이, 내릴 때까지 기다려보자

아무렴 타는 사람보다 보는 사람이 더 어지러울까?

아이가 나이를 먹을수록 조바심이 커졌다.


불안할수록 아이를 채근했다.

그러면 꼭 그런 나를 반기듯

아이는 여태껏 보이지 않았던 모습들을 보였다.

더 크게, 더 세게.


그중에서도 힘든 건 아이의 알 수 없는 감정이었다.

차분했다가 갑자기 화를 냈다가,

아무 일이 없는 듯 평화롭다가 갑자기 꼬집기도 하고 폭풍오열을 하기도 했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고. 알아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화를 내고 싶어 일부러 건수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보였다.


거실 소파에서 울고 불고 하다가,

방으로 들어가라고 하면 분노의 질주를 해서 방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서 꼭 거실에서 화를 냈다.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아이.

그걸 지켜보는 나는 매일 불안했다.

버릇처럼 될까, 나가서도 저럴까 걱정이 컸다.

불안과 걱정이 만난 나는 아주 무섭게 아이를 다그쳤다.

우는 소리에 혼내는 소리, 다시 더 크게 우는 소리, 다시 더 크게 혼내는 소리가 집안을 채웠다.

악순환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은 그 꼴을 안 봐야 화가 안 날 것 같았다,

내버려 두기도 했고. 떨어져 있었다.

화를 낼 것 같은 낌새가 있으면 나는 일거리를 찾아 분주하게 움직였다.


아이는 한참이나 화를 내다가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평온해졌다.

그 시간을 허용한 적 없었던 나는 깨달았다.


그냥 두면 잠잠해진다


아이가 보여주는 행동 하나하나가 나에게는 버릇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과 불안으로 너무나 크게 와닿았다.


그냥 두면, 아이에게 시간을 주면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을 나의 불안으로 더욱 키우고 있었다.


아이에게 감정이 있음을,

아이에게도 종잡을 수 없는 마음의 변화가 있음을,

아이가 사춘기였음을

생각하못했던 탓이다.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아이에게

차마 손 흔들어 줄 수는 없지만,

내릴 때를 기다려줄 수 있지 않을까.

아무렴 보는 나보다 타는 네가 더 어지럽고 힘들 테니까.


실제로도 롤러코스터를 좋아하는 아이. 연속 두 번은 거뜬하다. 그래, 감정의 롤러코스터도 내릴 때까지 기다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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