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사소했던 문제는 눈덩이가 되어 덮친다

사춘기 자폐 아이를 키운다면 지금이 골든타임

어리니까.

별 거 아니니까.

내가 괜찮으니까.

다른 게 먼저니까.

이런 마음으로 아이의 문제행동을 지나친 적이 많았다.

아이가 자폐라는 걸 안 순간부터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이 다 문제였다.

마치 콩깍지가 벗겨진 짝사랑처럼, 아이의 모든 것들이 부족하고 고쳐야 하고 신경 쓰이는 것들로 보였다.

아이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중 자폐스럽지 않은 게 단 하나도 없었으니까.

시시때때로 흘겨보는 눈

아무거나 들어가서 빨고 있는 입

이상하게 꼬고 있는 손가락

까치발로 엉성하게 걷고 있는 발.

마치 병원균이라도 붙은 거 마냥

탈탈 털어버리고 싶었다.

그것 말고도 가르쳐야 할 것들은 산더미였고

좌절할 여유조차 없었다.

자리에 앉아 있기.

숟가락, 포크질하기.

원하는 거 손가락으로 가리키기

아무거나 입에 넣지 않기.

부르면 쳐다보기.

대답하기.

편식, 변비. 수면장애까지.

그러다 보니 문제행동은 후순위였다.

당장 먹고 자는 게 먼저였고,

단 두 시간이라도 보낼 수 있는 어린이집에서 요구하는 게 더 어렵더라도 더 급했다.

문제행동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부메랑처럼 돌아왔다.

아이의 문제행동은 아이가 커진 만큼 개입하기도 쉽지 않다.

옳건 그르건 아이가 살아오며 터득한 방식이었으니까.

아이는 꼬집어 힘든 상황을 피했고,

어렵게 말해도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하기보다는 소리 내기와 날갯짓하기로 지금의 기분을 표현했고,

가렵고 신경 쓰이는 상처를 계속 뜯고 뜯어 모기 한 방, 뾰루지 하나를 붕대까지 해야 하는 상황으로 만들었다.

세상 돌아가는 건 면밀히 모르겠고,

할 수 있는 말은 변변치 않고

심심했다가 화났다가 기뻤다가 하는 롤러코스터 같은 감정을 표현할 길은 마땅하지 않으니 아이가 그런 행동을 하는 건 당연했다.

그래도 넘길 수 없다.

몰랐을 땐 넘겼지만,

고치기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그 행동 대신할 만한 행동으로 바꿔 줘야 한다.

사춘기가 되었다고 늦었다고 한탄할 필요도 여유도 없다. 개입의 시기는 필요하다고 느낀 시기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지금이 가장 빠를 때다.

아이의 도전적 행동(문제행동)은

가뜩이나 제한된 아이의 삶을 더 제한할 것이다.

그 누구도 피해를 입으면서까지 아이를 품어주지 않는다.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활동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일이 아이에게 너무나 필요하다.

그것을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관리하고 조절해야 한다.

100% 없애기가 아닌 10% 줄이기부터!

아이를 제한하는 건 장애만으로 이미 충분하다.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이유. 나는 나중에도 아이와 평화롭게 행복하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