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걸린 아이를 응원해 줄 수 있는 건, 집밥과 같이 있어주기
독감에 걸린 아이는 밤새 코 넘김과 기침에 힘들어했다. 언제 일어날지 몰라 반쯤 깬 상태로 잤다. 아이는 약빨이 떨어진 새벽 다섯 시가 되니 깼다.
독감은 역시 독감이었다. 순하게 지나갈 줄 알았는데, 그래도 꽤나 아파한다. 계속 코를 풀다 보니 코 밑은 다 해지고, 입술도 부르트고 입맛도 없어서 먹는 양도 줄었다.
나가먹으면 좋을 텐데, 독감 때문에 안되고,
시켜 먹으면 나을 텐데, 기침 때문에 헛구역질이 있는지 입맛이 까다로워져서 어려웠고
공사비에 임시거처 임대비까지 생각하니 안 먹을지도 모르는 돈을 쓰는 것도 아쉬웠다.
집이었으면, 이것저것 만들었을 텐데.
임시로 머무는 집에는 밥솥도, 프라이팬도, 심지어 그릇도 밥그릇 두 개, 접시 하나가 전부였다.
재료와 도구가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입맛 닿는 걸해먹이고 싶어 좁은 싱크대에 서성였다.
대신 아파줄 수 없으니,
해줄 수 있는 게 집밥과 함께하는 시간뿐이다.
집밥 먹고 기운 차리길,
어서 힘든 시간이 지나길,
오늘 밤은 달게 푹 자길.
너도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