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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은 사람 Dec 29. 2023

어쩌면 아플 때의 모습을 바랐던 것일까?

독감 4일 차, 여전히 힘든 아이와 덜 힘든 나

아이가 독감 때문에 기운이 내내 없다.

독감 4일 차가 무색하게 콧물도 기침도 계속 심하다.  열은 내려 짜증은 덜하지만, 입맛이 없고 축 가라앉았다. 다행히 다른 가족은 증상도 없어 이대로 지나갈 모양이다.


아이가 기력이 없고 가라앉으니 평소와 다른 게 있다.

제자리에서 뛰거나 손을 흔들거나 손목을 치며 기분을 표현하던 모습들도, 뭔가가 떠오르면 내내 말하거나 글쓰기판에 적어서, 들어줄 때까지 요구하던 모습들도 없어졌다.


아주 차분하고 침착하다.

마치 아이에게 바랬던 모습처럼,


내가 아이에게 바랬던 모습들은 어쩜 아이가 아파야지만 가능했던 건 아닐까?

아플 때 보이는 모습에 씁쓸해진다.

행여 내가 아이가 아프길 바라는 부모였던가?

잘 먹던 음식도 마다하고, 좋아하는 외출도 뿌리치고,

코가 헐고, 입술이 부르틀 정도의 컨디션이어야 가능한, 그토록 무모한 것을 욕심냈던 것인가?


내가 아이에게 원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아이 그대로였을까? 다른 아이들과 같은 모습 속의 아이였을까?

아픈 아이를 안쓰럽게 보며 얼른 나으라고 입맛 닿는 걸 구해오고 돌보면서,

왜 건강한 아이를 아픈 컨디션일 때의 모습을 원했을까?


오늘 아이는 평소보다 아주 차분한 모습으로 보채지도 않고 잘 따라주었다. 임시 처소에서 나와, 친정집에 묵는 오늘 밤도 선전했다.


회복되면 고민해야 할 것들이 많다.

얼마큼 받아들이고 또 무엇을 어느 정도로 목표로 연습해야 할지 말이다.

넉넉해진 여유에 비해 착잡한 밤이다.


짬짬이 공부도 했다. 말이 서투니 문장을 읽고 답에 해당하는 단어 고르기를 자주한다. 필담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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