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기로 했다

완벽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래가기 위해

by Rebuild HW

그동안 뭐가 그렇게 바빴는지 모르겠다.

정확히 말하면, 바쁘다는 말 뒤에 너무 많은 걸 밀어 두고 살았다.


20대 때까지만 해도 최소한의 관리는 하며 살았다.

매일 운동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몸이 무거워진다는 느낌이 들면

스스로를 한 번쯤 돌아봤다.

그때의 나는 완벽하지는 않아도, 나 자신을 완전히 방치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거울 앞에 선 내 모습은 전혀 달랐다.

익숙한 얼굴인데 낯설었고, 분명 내 몸인데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70kg대였던 몸무게는 어느새 100kg에 가까워졌고,

몸은 둔해졌고 움직임은 느려져 있었다.

한마디로 말하면, 엉망진창이었다.


처음에는 숫자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체중계 위의 수치, 옷이 끼는 느낌.

하지만 곧 알게 됐다.

문제는 살이 찐 게 아니라,

그렇게 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넘겨온 나 자신이었다는 걸.


일은 늘 바빴다.

식사는 들쑥날쑥했고,

제때 먹지 못하다 보니 배가 고플 때는 항상 과했다.

"지금 아니면 못 먹는다"는 마음으로 먹고,

그렇게 하루를 버텼다.

그게 반복되다 보니 과식은 폭식이 됐고,

폭식은 일상이 됐다.


어느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는 생각.

그래서 감정부터 다잡지 않았다.

자책도 미뤘다.

대신 인바디를 쟀다.

지금의 상태를 숫자로 마주했다.


그다음에야 스케줄을 짰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지금의 나로 가능한 방식으로.

일주일에 5~6일 운동을 하고,

식단도 완벽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지키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아직 불안하다.

언제 또 흐트러질지 모른다.

지금의 선택이 얼마나 갈지도 확신할 수 없다.

그래도 하나는 분명하다.

예전처럼 나를 방치하는 방향으로는 더 이상 가지 않겠다는 것.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몇 가지를 내려놓았다.

일을 완전히 줄인 건 아니다.

다만 예전처럼 모든 걸 밀어붙이지 않기로 했다.

하루를 더 늘리기보다는,

내가 버틸 수 있는 하루로 조정하기로 했다.


건강을 챙기겠다는 선택은

도망이 아니라 판단이었다.

이 몸으로 계속 가는 건 책임이 아니라 무모함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글을 다짐을 남기기 위한 글이 아니다.

어디까지 가겠다는 선언도 아니다.

그저 지금 이 지점에서

방향을 틀었다는 기록이다.


아직 완성된 이야기는 아니다.

몸도, 마음도, 생활도 여전히 가는 중이다.

그래도 적어도 하나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나는 나를 다시 믿어보기로 했다.

완벽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래가기 위해서.


혹시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나와 비슷한 상태라면,

아직 너무 늦었다고 느끼고 있다면

이 말만은 전하고 싶다.


지금부터라도

방향만 바꾸면 된다.

속도를 내지 않아도 된다.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택 하나면,

충분하다.


나는 아직 가는 중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두고 가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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