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을 지키면서 표현을 넓히는 지혜
교회 안에는 언제나 다양한 목소리가 있습니다. 성도마다 자신만의 신학과 신앙 노선이 있죠. 어떤 분은 전도(선교)가 교회의 본질이라고 힘주어 말합니다. 그래서 모든 재정과 사역이 그 방향으로 향해야 한다고 주장하지요. 반대로 어떤 분은 돌봄과 교제도 소중하다고 말합니다. 교회에 처음 오는 분들을 위해 따뜻한 커피를 준비하고, 아이들과 부모를 위해 아기방을 꾸미는 것도 귀한 사역이라 여깁니다.
문제는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만 본질이라고 생각할 때 생깁니다. 전도가 가장 중요하니 교제나 시설은 부차적이라고 하거나, 반대로 돌봄이 없으면 전도도 힘을 잃는다고 하면서 충돌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자신의 입장이 하나님 말씀을 지키기 위한 ‘거룩한 뚝심’이라고 고집을 부리기도 하죠.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붙잡아야 할까요?
2년 전 소천한 뉴욕 리디머교회의 팀 켈러 목사는 전도를 교회의 중심으로 강조하면서도, 전도는 결코 혼자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커피를 준비하는 손길,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 공간, 아기를 돌보는 배려, 작은 시설 개선까지도 다 전도의 과정 속에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복음은 공동체가 가진 다양한 은사가 함께 어우러질 때 더 힘 있게 전해집니다.
캘리포니아 새들백교회를 섬겼던 릭 워렌 목사는 교회의 다섯 가지 목적, 곧 예배, 교제, 제자훈련, 사역, 전도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한 가지만 과도하게 강조하면 교회가 불균형해질 수 있다는 거죠. 전도만 붙들면 깊이 없는 성장에 머물 수 있고, 교제만 붙들면 안일한 공동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하나님의 목적 안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아울러, 교회가 세상의 흐름을 무조건 거부해서는 안 되지만, 반대로 세상을 무작정 따라가서도 안 됩니다. 최근 일부 교회에선 아직 멀쩡히 잘 작동하는 영상 시설을 헐어내고, 많은 돈을 들여 LED 스크린으로 교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최신 시설을 유지해야 청년들이 교회에 모인다”는 논리이지요. 그러나 이것은 교회의 본질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교회의 목적은 사람들을 화려한 시설로 모으는 것이 아니라, 복음으로 변화시키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핵심은 이겁니다.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표현은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복음은 언제나 중심이지만, 그 복음을 전하기 위해 따뜻한 커피를 내릴 수도 있고, 청소년을 위한 스포츠·문화시설을 보강할 수 있으며, 아기방을 꾸밀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단지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하는 수준에 머무른다면 경계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사역과 시설이 복음을 흐리게 하느냐, 아니면 복음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느냐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의 신앙 노선이 옳다는 고집이 아니라 복음을 향한 거룩한 협력입니다. 전도와 선교를 향한 열심도, 섬김을 향한 손길도, 모두 복음을 위한 하나님의 도구입니다. 우리가 서로를 존중하고 협력할 때 교회는 더 이상 제자리에 머물지 않고, 생명력 있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몸이요 또한 그 몸의 지체입니다.” (고린도전서 12:27, 우리말 성경). 이 말씀을 마음에 새길 때, 교회는 본질을 붙잡되 표현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또 세상 풍조에 흔들리지 않으면서도 시대 속에 살아 움직이는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