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서 본 한미 정상회담 관전평

트럼프의 '게릴라 외교'와 미소

1. 카우보이보다 게릴라 외교 (Cowboy vs. Guerrilla Diplomacy)

거칠고 위협적인 카우보이(Cowboy)는 일단 주머니에 넣고, 트럼프는 예고 없이 상대를 당황하게 만들거나 돌출 행동으로 흔드는 게릴라 외교(Guerrilla diplomacy)를 꺼냈다. 회담 전 교회 급습, 미군 기지 언급, ‘숙청이나 혁명’이라는 자극적 표현은 ‘진심’이 아닌 카드였다. 트럼프는 그런 이슈 잘 모르고 관심도 적다.


다만 1. 자신의 지지 기반 중 하나인 강성 보수층의 우려를 달랜다. 2. 이 자극적 이슈를 지렛대(Leverage)로 활용해 이익을 극대화한다. 새삼스럽지 않다. 이미 자신의 저서 The Art of the Deal에서 말한 Use Leverage, Get the Word Out, Maximize Your Options 전략을 반복했을 뿐이다. 레버리지 없이 거래하지 말라, 언론몰이를 할 크고 논쟁적인 이야기를 던져 주목도를 극대화하라, 말을 세게 던지되 이후 상황에 맞춰 여러 길로 빠져나갈 옵션을 남겨라. 오늘 회견장에서 “사실인지 모른다, 알아보겠다”는 톤은 이런 안전장치 전략의 반영이었다. 서울의 민주당은 당황했고, 국힘당은 ‘거봐라, 쌤통’ 하며 저마다 자위했지만, 사실 ‘숙청이나 혁명’ 발언은 회담용 카드(Card)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2. 트럼프의 흐뭇한 미소 (Smirk)

“당신이 피스메이커(Peacemaker)면 나는 페이스메이커(Pacemaker).” “나는 김정은과 아주 좋은 관계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를 마치 김정은과의 관계 개선용 요술램프를 쥔 대왕처럼 집착했다. 설득보다는 구걸, 주권국가의 리더라기보다 끊임없이 매달리는 모습은 좀 안스러웠다. 사실 트럼프는 7년 전과 달리 김정은과의 회담에 큰 관심이 없다. 우크라이나, 이–팔 전쟁 등 업적을 쌓아 오슬로(노벨평화상 시상식 장소)로 가기 위한 현안들이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에 목매는 듯한 이 대통령의 구애는 달갑다. 왜냐면 트럼프가 평소 해온 말들, “우리 관계는 여전히 화기애애하다… 김정은은 매우 똑똑하고 강인해, 나를 좋아했고 우리는 잘 어울렸어” 이런 대사를 다시 꺼내면, 한국에 요구할 명분과 실리를 더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트럼프의 표정은 흐뭇한 미소(Smirk) 그 자체였다.


3. 호수의 백조

케미가 다른 두 정상의 만남을 우려했던 사람들은 “다행이다, 긴장 피했다, 성공적이다”라는 반응을 보인다. 앞으로 장밋빛 희망에 찬 ‘말말말’ 잔치가 한동안 서울과 워싱턴 사이에 이어질 것이다. (성명이나 발표문 내용은 같지 않더라도) 그러나 수면 위의 화려한 자태와 달리, 밑에서는 발을 쉼 없이 동동 구르는 백조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두 동맹을 이끌던 자유의 가치나 끈끈한 케미보다, 두 정상 모두 계산(Calculation)이 앞서기 때문이다. 주한미군 기지 소유권을 너무도 당당히 말하는 트럼프의 입술에서 어떤 진동을 느끼시는가.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순 없고 앞으로 맞춰가면 된다”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과 달리 대부분의 경제 지표가 아래를 가리키는 상황에서, 낡은 이념에 매달리는 정부와 여당 리더들을 보면,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무슨 지렛대를 끌 수 있을까. 견제하고 목소리를 내야 할 국힘당은 이미 스스로 좌초 중이다.


오늘 회담 결과에 대한 평가는 쏟아질 것이다. 너무 덩달아 들뜨지 마시라. 그냥 카이보이를 백악관으로 데려오지 않은 것만으로 자족하기를. 다만 오늘 회담을 가장 흐뭇하게 바라본 이는 아마 평양에 있었을 것이다.


덧, 피스메이커, 페이스메이커...김정은의 마이크 메이커가 되지 않기를.


#트럼프 #이재명 #김정은 #한미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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