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와 반쪽의 성공 드라마
미국은 가을야구가 시작됐습니다. 올 시즌은 막판 역사적인 드라마로 야구팬들을 흥분시켰죠.
메이저리그 150년 역사상 최초로 여름에 1위와 15.5 경기 차로 뒤쳐졌던 팀이 막판에 이를 뒤집고 AL 중부지구 우승을 차지했죠. 바로 연봉총액 30개 팀 중 26위, 타율·장타율 29위의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였습니다. (아쉽게도 2일 와일드카드에서 디트로이트에 패해 드라마는 멈췄습니다.)
대학 시절 저는 ‘미국의 야구 역사’ 강의를 들었습니다. 교수님은 첫 강의 때 “야구는 그저 스포츠가 아니라 미국의 가치를 가장 잘 보여주는 역사”라고 강조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수업 덕분에 서울의 미 대사관에서 추후 새 비자 인터뷰를 할 때 영사가 “너는 제대로 미국을 공부했구나”하며 흔쾌히 도장을 찍어주던 생각이 납니다.
최근 셧다운, 좌우의 극열한 대립, 전례 없이 하루하루가 다이내믹한 워싱턴 정국을 보면서 다시 ‘야구’와 ‘민주주의’를 떠올리게 됐습니다.
퓰리처상을 받은 전설적인 칼럼니스트 조지 윌(George Will)이 마침 올해 메이저리그 개막을 앞두고 이를 주제로 올린 영상 칼럼이 있어 번역해 공유합니다.
한국도 주말에 가을야구가 개막하죠? 좌우 파시스트 정치인들이 난무하는 이때 야구의 프리즘으로 정치를 한 번 보시지요.
<왜 야구가 민주주의와 가장 잘 어울리는가?(Why baseball is the right game for democracy)>
야구는 민주주의에 딱 맞는 스포츠입니다. 왜냐하면 야구는 ‘반쪽짜리 성공(a half loaf)’같은 게임이기 때문이죠. 누구도 원하는 걸 모두 얻지 못합니다.
야구는 실패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메이저리그 야구 역사상 가장 높은 통산 타율은 타이 콥(Ty Cobb)이 기록한 0.367입니다. 이는 그가 타석에 설 때마다 3번 중 2번은 실패했다는 뜻입니다.
메이저리그에선 팀이 20경기 중 10승을 거두면, 사전적으로 그저 ‘평범한 팀’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20경기 중 11승을 하면, 가을 야구(10월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게 됩니다.
그게 바로 차이점이죠.
야구는 또한 매 투구마다 정교한 전략이 숨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종종 “야구가 너무 느리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선수들이 매 투구마다 내리는 모든 결정을 직접 따라 해 보시면, 야구가 얼마나 빠른 경기인지 곧 알게 될 겁니다.
야구공은 또 예상 못한 희한한 방향으로 튀기도 하는데, 그게 바로 우리의 인생이죠.
1956년 월드시리즈에서 투수 돈 라슨(Don Larsen)은 퍼펙트 경기를 했습니다. 27명의 타자를 맞아 27명을 모두 아웃시켰죠.
그런데 그 경기에서 어떤 타구는 3루 선상을 따라 로켓처럼 날아가다가 베이스를 맞고 팍 튀어서 유격수 바로 앞으로 갔고, 유격수는 공을 잡아 1루로 던져 아웃시켰습니다. 또 다른 타구는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이를 잡을 수 있는 선수, 바로 중견수인 (전설의) 미키 맨틀(Mickey Mantle)이 있었습니다.
이 퍼펙트 경기는 기록상으로 ‘27명 올라와서 27명 전부 아웃’으로 남았습니다. 하지만 거기엔 운도 분명히 따랐던 거죠. 그게 우리 인생과 많이 닮았습니다.
야구는 바로 그런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