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리즘 vs. America First
애스펀 안보 포럼은 한때 세계 전략가들의 심장소리가 모이는 곳이었습니다. 미국 정부의 전현직 고위 외교·안보 인사들, 글로벌 석학, 기업 리더, 언론인들이 콜로라도의 맑은 산기슭에 모여 복잡한 세계의 도전 과제를 놓고 진지하게 토론하던 자리였죠.
그러나 올해는 좀 달랐습니다.
‘뉴노멀’은 여기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불참하면서, 애스펀은 마치 한쪽 키 조명이 꺼진 무대 같았습니다. 참석자들 명단과 포럼 동영상을 보니 현직은 사라지고, 어제의 주연들이 패널 또는 관객석에 앉아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걸 씁쓸히 지적하는 풍경이 연출됐죠.
해군장관, 인도태평양 사령관, 특수전 사령관 등 발언이 예정되어 있던 주요 인사들이 모두 참석을 취소했고, 펜타곤은 “글로벌리즘, 반미, 대통령 혐오”라는 수위 높은 언어로 사실상 포럼을 공개적으로 보이콧했습니다.
이에 대해 외교지 <World Politics Review>는 이렇게 풍자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은 애스펀을 외교보다는 스키에 더 어울리는 장소로 본 듯하다.”
하지만 콜로라도의 한 공화당 인사는 이 매체에
“(주최 측) 애스펀 연구소(Aspen Institute는 좌파에 기운 급진적 단체일 뿐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상황은 단순한 거리두기를 넘어,
‘글로벌리즘 vs. America First’라는 대립 구도 속에서 포럼 자체를 의심하고 거부하는 정치적 메시지로 읽힙니다.
문제는, 애스펀이 단지 대화의 장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동맹, 파트너국들과의 오해를 풀고, 위기를 예방하며, 특히 동맹과 신뢰를 다지는 다목적 플랫폼이자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세계 안보의 온도를 조절하던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이제 많은 이들이 이런 의구심을 가질 것도 같습니다.
“대화의 문이 닫히면, 신뢰의 문도 따라 닫히는 건 아닐까?”
애스펀의 풍경은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로키산맥 아래 회의장의 공기는 이곳 워싱턴과는 사뭇 다른 것 같습니다.
(Maroon Bells near Aspen, Colorado.Photo: Sierrala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