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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choice Jun 16. 2023

강원도에서 살아보기로 했다

새로운 삶을 선택할 용기

우울과 번아웃은 어느 날 갑자기 나를 찾아왔다. 사실 갑자기가 아니라 꾸역꾸역 마음속에 누적되던 것들이 갑자기 터져 나온 거다.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도무지 방향이 잡히지 않는 일을 매일 붙잡고 있는 것은 계속해서 내 마음을 갉아먹었다. 처음에는 답답한 마음에 눈물이 흘렀다. 그 다음에는 깨어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불안감에 시달렸다. 하루라도 빨리 일을 해결해야 할 것 같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괜찮은 답이 나오지 않았다. 일에 대한 불안이 곧 일상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길을 걸어가면서도, 버스를 타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계속 눈물이 나왔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눈을 뜨는 것이 괴로운 아침이 계속됐다. 처음 보조바퀴 없이 두발자전거에 오른 아이처럼 내 상황에 대한 정상적인 인지가 되지 않았다.


엄마, 내가 괜찮은지 모르겠어. 나 다시 괜찮아 질 수 있을까?


살아있는 엔진이라고 불릴 만큼 일을 좋아하고, 많은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며 살아있음을 느꼈던 나였기에 처음 겪는 번아웃이 더욱 힘들었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눈물이 멈추지 않는 날이 두 달을 넘어섰을 때 친구들은 이제 그만 쉬라고 말했다. 멀어져 있어야 다시 할 수 있는 힘도 생기는 거라고. 동생은 남들이 언니의 인생을 책임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쉬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있는 거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무책임할 수도 있는 남들의 말에 기대서라도 잠깐 멈추고 싶었다. 이런 날들이 계속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날 나는 강원도에 가는 길에 올랐다. 작년 이맘때쯤 서핑을 시작하고 옆집처럼 드나들며 행복을 찾았던 곳으로.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 있어서 그 좋아하는 서핑을 할 엄두도 나질 않았지만, 나는 대충 일주일치 짐만을 챙겨 일단 떠나보기로 했다. 그 와중에 이게 도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해졌다. 많은 걸 버리는 연습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스스로를 옭아매는 규칙과 강박들을 버리는 연습.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는 연습. 남들이 정해놓은 타임라인에 나를 끼워맞추며 살려는 생각을 버리는 연습.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쉽게 실천할 수 없던 것들을 강원도에서는 할 수 있게 되길 바랬다. 그래서 나는 강원도에 한 번 살아보기로 했다. 그게 단 일주일일지라도, 정상적인 일상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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