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웹소설에 관한 칼럼을 읽게 되었다. 신인작가의 경우 성실하게 정보공유를 해야지만,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 칼럼의 글을 계속 읽다 보니 웹소설의 시스템이 스타트업들을 위한 정부의 창업지원 시스템과 상당 부분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업을 잘하는 것과 정부지원을 잘 받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한 때 나는 바이오식품 쪽으로 스타트업을 운영해 보았고, 정부의 창업지원금도 받아 보았다. 소위 말하는 예창패, 초창패, R&D 같은 자금을 말이다.
창업지원자금의 액수로만으로 본다면 성과는 나쁘지 않았지만, 현재 나는 더 이상 그 식품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지 않다. 여전히 사업가이긴 하지만 말이다.
지원사업을 잘 받는 방법과 사업을 잘하는 방법 사이에는 뭐라고 콕 꼬집을 수 없는 미묘한 간극이 존재하는 것 같다. 반면, 지원사업을 받는 방법과 웹소설 쓰기의 사이에는 놀라우리 만큼의 공통점이 있었다.
1. 결국은 ‘시장’만이 미덕인 시장
먼저, 웹소설도 정부지원사업을 받으려는 사람도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시장 조사이다.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불과 얼음의 노래 같은 시장성과 작품성을 고루 갖춘 소설들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얼마나 크겠는가? 분명 천우신조의 기회가 아니고선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따라서 웹소설의 가치는 돈을 벌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고 한다.
정부지원사업을 받고자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모두가 인정할 만한 놀라운 기술은 사실 생초보 스타트업들에게서 나오기 쉽지 않다. 결국 평가의 잣대는 지금 돈을 벌고 있거나 돈이 벌릴 것 같거나 둘 중 하나이다.
웹소설의 가치와 창업기업의 가치는 결국 철저하게 시장에 의존하게 된다.
2. 공략집이 존재한다
웹소설이 플랫폼별로 진출전략도 선호되는 소설의 종류도 틀린 것처럼, 정부창업지원 사업도 카테고리 별로 접근 전략이 틀리며, 지원전략이 나름 존재한다.
예를 들어, 내가 쓸려는 소설이 남성향의 판타지이냐 여성향의 로맨스 판타지이냐에 따라 초기진입플랫폼부터 최대의 수익을 끌어낼 수 있는 플랫폼까지 가기 위한 어느 정도의 정해진 과정이 있다. 마찬가지로 정부창업지원사업도 연도별로 진출가능한 사업과 최대의 지원금을 받기 위해 도전해야 하는 순서가 있다.
3. 장기전이며, 초반에 승부수를 띄어야 한다
웹소설의 경우 1화에 보통 5,000자 이상으로 100회 이상의 연재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문제는 초반 1-3화 길게는 10화 사이에 이 소설의 승패여부가 결정 나 버리는 데 있다. 정부지원을 받는 창업기업의 가능성도 1-3년이면 승부가 난다. 5년이 넘어가도 특별한 성과 없이 유지되는 기업의 경우 흔히 말하는 좀비이거나 창업 시와는 다른 업종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4. 글쓰기가 중요하다
웹소설에서는 당연한 미덕일지 모르겠지만,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문학이나 에세이에서의 글쓰기와 웹소설에서의 글쓰기가 사뭇 다르다.
먼저 제목이 중요하다. 제목은 키워드를 포함하고 있어야 하며 한눈에 어필이 가능해야 한다.
웹소설은 그들만의 특징적인 플롯과 배경을 기반으로 하며, 독자들의 욕망을 채워주는 글쓰기를 해야 성공에 유리하다. 정부창업지원사업의 경우 자신의 아이디어를 얼마만큼 평가위원들이라는 시장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쓰느냐가 당락의 관건이다.
작성을 위해 끝없는 샘플링을 하지만, 남들이 만들어낸 노하우를 자신의 것으로 녹여내기가 정말 쉽지 않다. 그래서 컨설팅, 아카데미 같은 부수적인 교육사업들이 존재한다.
5. 주인공의 매력이 미래를 좌우한다.
웹소설의 특징 중의 하나는 현실에 없을 것 같은 주인공이다. 능력적인 면 혹은 외모, 배경 등 무엇인가 하나는 범상하지 않다. 그렇게 설정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창업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능력, 배경, 활동 등 남들과 차별화되는 그 무언가를 가진 대표가 이끄는 창업기업일수록 지원사업받기가 수월하다. 인정하자. 사람이 하는 일이다!
6. 시작은 미약했으나 거대한 시장이 되었다.
웹소설 시장이 2010년대 중반부터 형성되었다고 한다. 정부창업지원사업도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은 아마 그쯤이 아닐까 생각된다. 둘 다 시작은 미미했지만, 지금 웹소설시장은 1조를 넘어서는 거대 IP시장이 되었다. 정부창업지원의 경우 글자 그대로 초기기업의 발굴과 넉넉하지 않은 자금사정을 정부가 보조하여 우수한 기업을 양성하자는 것에 있었지만, 지금은 정부지원사업을 위한 컨설턴트, 창업기업, 창업 관련 교육, 그리고 펀드까지 얽혀 있는 거대한 유기체로 성장하였다. 지금은 정부 창원지원 이라는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비즈니스 섹터가 되었다.
7.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웹소설 작가가 되기 위한 특별한 조건은 없다. 플랫폼을 정하고, 회원을 가입하고, 글을 올리면 된다. 웹소설을 쓰는 것에 예술적인 고민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마치 정부 창업지원을 받기 위해서 특별한 조건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하지만, 극소수 만이 스타작가로 성공할 수 있듯이, 자신의 창업아이템으로 EXIT까지 가는 창업기업은 극히 드물다.
너무 냉소적인가…? 물론 TOSS처럼 정부지원사업을 통해 발굴된 기업이 긍정적인 성과를 내는 사례도 있다는 것 부정하지는 않겠다. 아주 소수일지라도 말이다.
다시 창업지원사업의 시기가 돌아왔다. AI사업에 100조를 쏟아붓겠다는 둥 미래 사업 발굴과 경기 부양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한다. 1월부터 3월 안에 대부분의 창업지원사업 공고가 시작된다. 경제침체가 온다는 불길한 뉴스들을 떠올리며 올해는 훨씬 더 치열한 경쟁을 치르게 될 스타트업들을 먼 곳에서 나마 응원한다. 그리고 한국 IP산업에 지대한 공을 세우고 있는 웹소설계에도 새로운 스타작가와 좋은 작품들이 넘쳐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