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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conceptor Jan 12. 2017

고트레인에서 만난 Tony

#075 토론토에서 101명 만나기


숙소가 Burlington에 있었기 때문에

Toronto에 가기 위해서는

항상 Gotrain이라는 기차를 타야 했다.


배차시간이 자주 들쭉날쭉해서

항상 'Sucks!'라고 욕을 먹는

Toronto 지하철에 비하면

대체로 시간을 잘 지키는 편이었다.


Burlington에서 Toronto까지는

45분 남짓.   


기차를 타고 이동하다 보면,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Tony는 비어있던 내 옆좌석

건너편에 앉아있던 Canadian이었다.


@RECONCEPTOR

 

대부분의 승객들이 그렇듯이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메트로를 펼쳤다.


젊은 사람들은 핸드폰을 보지만,

중장년층 이상의 사람들은 대부분

메트로 뒷면의 낱말 맞추기나

스도쿠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 또한 스도쿠에 열중하고 있었다.


"저기... "


초상화를 그려주고 싶다고 말을 건넸다.

기차 안에서 말을 건넨 것은 처음이었다.


그는 표정의 변화 없이

나를 힐끔 쳐다보았다.


"마음대로 하렴."


표정에서 완고함이 느껴지고,

말투에서 깐깐함이 배어 나왔다.


당연히 'No'라고 할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그는 다시 스도쿠의 세계로 돌아갔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그는 내가 그를 그리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그림에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건너편 자리에는 기차에 타자마자

끊임없이 수다를 떨던

3명의 할머니와 1명의 아주머니가 있었다.


공공장소에서 저렇게 떠드는 건

매우 드문 일인데,

뭐 할머니들이니까.


"Brian이 이렇게 뒤통수를 칠 줄 누가 알았겠수?"

"그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어요.

다들 눈치를 못 챘을 뿐이죠."


역시 어딜 가나 남의 이야기는

수다라는 술에 좋은 안주가 된다.  


할머니들의 수다가 너무 적나라해서,

Brian이 친근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Brian은 Hamilton에 사는 30대 남성으로,

얼마 전 마을이 떠들썩할 만큼 큰 사건을 일으켰다.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모두가 그를 싫어했던 느낌만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다른 승객들이 할머니들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눈치를 줬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할머니 중 한 명이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나와 Tony,

그리고 스케치북을 번갈아가며 보더니

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어머, 저 여자 좀 보우. 그림을 그려주나 보는구먼."

"난 재능 있는 사람들이 참 부럽더라."

"우리도 그려달라고 해보면 어떻겠수? 호호호."


졸지에 내가 안주가 돼 버렸다.

다른 승객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보았다.




@RECONCEPTOR



그림이 완성되었다.


덜컹거리는 기차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대상을

그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Tony에게 그림을 건넸다.

그리고 내 초상화를 그려줄 수

있냐고 물어보았다.


"괜찮아. 난 곧 내려야 해."


그는 역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원한다면 그림을 주고 싶다고 말했지만,

괜찮다고 말하며 그는 자리를 떠났다.



@RECONCEPTOR


그가 떠난 자리에

메트로만 덩그러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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