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6 토론토에서 101명 만나기
Joan은 eBay의 매니저였다.
얼마 전 취업이 되었다고.
구체적인 직책과 업무에 대해서
들었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집은 Peterborough에 있는데
출근 전에 오리엔테이션 교육을
받기 위해 토론토에 온 것이었다.
일주일 동안 교육을 받고
다시 집으로 돌아갈 계획이라고 했다.
Joan을 만난 것은
토론토 다운타운 근방에 위치한
호스텔이었다.
토론토에서 몇 차례 묵은 적이 있는데,
호스텔을 경험해보고 싶어서
검색을 하다가 찾아낸 곳이었다.
그동안 도미토리 같은
숙박시설에 묵어본 적이 없어서
처음에는 좀 꺼려졌는데...
여럿이 한 방을 쓰는 것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더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었다.
이 곳은 4인 도미토리였고,
2층 침대의 자리는 예약과 함께 배정되어
나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이곳의 주인장은 무척
까다로운 페르시아 사람이었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에 하는 게 좋겠다.
나는 창가 2층 침대의 위층을 배정받았다.
내 옆 자리의 침대 2층에 Joan이 있었고,
내 아래는 브라질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토론토 시내에 있는 OCAD University에
유학 온 여학생이 있었다.
Joan의 침대 아랫자리는
멕시코에서 온 여성이 썼는데,
첫인사부터 시큰둥하게 하더니
뭐가 탐탁지 않았는지
말을 걸어도 잘 대답하지 않았고,
나에게 말을 거는 일도 없었기 때문에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었다.
동양인이라서 그랬을까...
이유를 알 수 없었다.
Joan은 늘 스스럼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나의 프로젝트에 큰 관심을 보이며,
응원해주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면,
언제나처럼 Joan이 안부인사를 건넸다.
"오늘은 어디 갔었어?
몇 명이나 만났어?
어떤 사람들이야?
어서 얘기 좀 해봐 봐."
언제나 엄마 미소로
내 이야기를 들어주던 그녀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여성을
만난 이야기를 했더니
표정이 굳어졌다.
"조심해야 돼.
무서운 사람들이야."
책에서 읽은 내용을 한참 이야기해주었는데,
아쉽게도 다 알아듣지는 못했다.
나를 걱정해서 이런저런 조언도 해주고
이야기도 잘 들어주던 그녀가 참 고마웠다.
하지만 그녀와 함께 지내는 것이
너무도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으니...
그 악몽은 밤마다 찾아왔다.
지친 몸으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는데...
몸을 뒤척일 때마다
침대가 삐걱거려서
한번 움직일 때마다
조심조심 움직여야 했다.
잠깐 잠이 들었을까?
갑자기 시베리아 한기와 같은
추위가 온몸을 엄습했다.
분명 아직 한여름 날씨인데,
너무 추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몰려오던 잠이 모두 달아나고,
나는 한기의 발원지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에어컨이었다.
에어컨의 온도는 13도.
게다가 바람의 방향이 위로 돼 있었다.
헐...
밤새 오돌오돌 떨면서 잔 나는
다음날 에어컨의 온도를 높이고,
바람의 방향을 아래로 바꿔놓았는데,
저녁 무렵 아래층의 멕시코
여성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이거 네가 만진 거니?"
"응... 왜?"
"이럼 안돼.
Joan이 설정해 둔 거란 말이야."
그랬다.
Joan은 Real Canadian이었던 것이다.
캐나다의 추운 기후에 최적화된 사람들은
더운 날씨를 무척 힘겨워했다.
한겨울에 흰색 반팔티에 조리를 신고
함박눈이 펄펄 휘날리는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거의 1년 내내 건조하기 때문에
여름에도 뙤약볕은 덥지만,
그늘진 응달에 가면
시원하기 때문에 견딜만하다.
요즘은 기후 이상으로
뒤죽박죽이긴 하지만 말이다.
게다가 캐나다의 한여름은 짧아서
찜통더위 같은 날씨는
일주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 기간에 집 밖을 나가면
마치 사우나실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찌는 듯 덥고 습하다.
모든 건물의 에어컨 팬이 신나게 돌아가고,
사람들은 기절할 것 같은 표정으로
겨우 걸어 다닌다.
Joan에게 이 문제에 대해
물어보았는데,
돌아오는 건 미안하는 말 뿐이었다.
"정말 미안해.
근데 더우면, 잠을 잘 수가 없어.
조금만 이해해주렴..."
어쩔 수 없이...
나는 밤마다 여러 겹의 옷을 껴입고
시베리아 벌판 같은 침대에서 자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