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9 토론토에서 101명 만나기
Orange...
Yellow...
Green...
각양각색의 컬러로 도색된 자전거들이
토론토 시내 곳곳에 묶인 채 놓여 있었다.
조금은 낡아 보이는 자전거들이
색깔 옷을 입고 거리 곳곳을
장식하고 있었다.
뉴욕의 'Ghost Bike'를
연상케 하는 프로젝트였다.
(다음 브런치에서 다룰 계획이다.)
하지만 이 자전거에는
화려한 네온 컬러가 있지 않은가.
궁금증이 발동한 나는
이 자전거의 정체를
수소문 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The Good Bike Project'
였다.
OCAD University 학생 갤러리의
Programs Coordinator였던
Caroline Macfarlane과
Vanessa Nicholas가
시작한 공공미술 프로젝트였다.
OCAD는 캐나다에서
미대로 유명한 대학 중 하나이다.
거리에 버려진 자전거를 보고
영감을 얻은 그들은
자신들이 근무하는 갤러리의
사인으로 활용하기로 한다.
길에서 자전거에 화려한 색깔의
페인트를 칠하고 꽃으로 장식한 후
갤러리에 설치했다.
그대로 마무리되었다면,
한 번의 즐거운 이벤트로 끝났을 것이다.
2010년 토론토의 시장으로
취임한 Rob Ford는
'war on bikes'
'war on Graffiti'
를 선포했고
토론토시는 논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자전거 안전을 챙기는 것은 예산 낭비입니다."
보수주의자인 Ford 시장은
'anti-bike' & 'anti-art'
정책을 내놨고,
'war on bikes'는
자전거 도로를 없애는 걸로,
'war on Graffiti'는
골목골목의 그래피티와
벽화를 지우는 걸로
현실화되었다.
자연스럽게
예술과 cycling 커뮤니티가 모여
이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고,
Caroline과 Vanessa의 자전거에
옐로우 티켓을 붙이기로 했다.
시의 정책에 반대하는
일종의 액션이었다.
하지만 OCAD 학생 갤러리
앞에 세워뒀던 자전거가
공유지에 불법 주차돼 있다는
이유로 철거명령이 떨어지면서 일이 커졌다.
그들은 갤러리에 현수막을 내걸고,
블로그와 각종 SNS를 동원하여
이 문제에 대한 도움을 요청했고,
이웃과 친구들은 물론
전 세계에서 이메일과 메시지가 쏟아졌다.
결국 옐로우 티켓 자전거는
뜨거운 감자가 되었고,
Ford 시장 반대 진영에 있는
시의원의 지원으로
그들의 자전거는
토론토의 자전거와 그래피티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행동으로 전개되었다.
그들은 본격적으로
토론토 시내에 그들의 자전거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구역마다 테마를 나누고,
테마별로 다른 컬러의
자전거를 배치했다.
도시 전체에 이 프로젝트가
퍼져나가길 바라면서.
아쉽게도 이 프로젝트는
4개월 만에 막을 내리고 말았다.
거리의 자전거들은 파손되거나
새로운 낙서장으로 활용되었다.
결국 새로운 반달리즘을
불러일으키는 매체로 변질되면서
제작자들의 메시지는
퇴색되었다.
한편 많은 시민들이 자전거가
전하는 메시지를 알지 못했다.
시민들에게는 그저 예쁘게
버려진 자전거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자전거들은 수거되었다.
공공예술은 언제나
많은 여운을 남긴다.
그것이 예술이든 정책이든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삶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정책이라면,
그 삶을 보다 더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Good Bike'란
낡은 자전거에 예쁜 색을 칠해
도시의 오브제로 되살리는 행동과 함께
자전거에 대한 나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만들어진 이름이 아닐까.
회색 도시에
숨을 불어넣는 작은 행동이
한때의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누군가는 잊지 않을 것이다.
그곳에 어떤 자전거가 있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