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노쉬를 닮은 그녀 2

#052 토론토에서 101명 만나기

by reconceptor


호스텔 침대에 걸터앉아

옷을 정리하고 있는데,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이번 주 언제 시간 괜찮아?"


Corinna가 보낸

문자 메시지였다.


우리는 금요일 오후

Dundas Sqaure에서 만나

점심을 함께 먹기로 했다.


Corinna는 Dundas Station

4번 출구 앞에서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안녕? 잘 지냈어?"

"하하. 오랜만이야.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다니,

정말 마법 같다."


특별한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뭘 먹어야 할지 고민하던 차에

토론토 관광홍보를 위해 설치돼 있는

간이 홍보부스가 눈에 띄었다.


"이 근처에 맛있는 레스토랑 아시나요?"


홍보 스태프로 보이는 중국인이

Dundas Sqaure 건너편 건물을 가리켰다.


"저기 뷔페가 맛있어요. 한번 가보세요."


우리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하는

그를 믿어보기로 하고 뷔페로 향했다.


자리 안내를 받고,

메뉴를 확인했다.


"Corinna, 뭐 마실래?"

"응. 나는 콜라."

"그럼 나는 우롱차."


서버가 주문을 받으러 왔다.


"콜라랑 우롱차 주세요."


내가 주문을 했는데,

서버는 Corinna를 바라보며

다시 물어봤다.

그녀는 콜라를 달라고 말했다.


나는 주문 내용을 재차 확인하며,

콜라와 우롱차를 1잔씩 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가 받은 것은

콜라 2잔과 우롱차 1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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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는 내가 Corinna의 주문까지

모두 말한 것으로

이해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명이 대표로

전체 주문을 다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는 각자의 주문을 별도로 받는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해 준 에피소드였다.


기억을 되짚어보면,

레스토랑에서 만난 서버들은

항상 한 명 한 명에게 주문을 받고 확인했었다.


개인에 따라 음식의 기호와

선택이 다르므로,

각자가 원하는 대로

하나하나 체크하고 주문을 받는 것이다.


동양에서는 주는 대로 먹지만,

서양에서는 자기가 먹고 싶은 걸 먹는다.

예전에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주는 대로 먹는 이유는

음식을 준비한 사람의 정성과 배려를

믿고 존중하기 때문에

기꺼이 수용한다는 의미이다.


<생각의 지도>에서 저자인 리처드 니스벳은

동서양이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의 커다란 차이가

생물학적 차이에서 기인하는 게 아니라

문화의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말했다.


고대 그리스 철학 vs 중국의 사상과 문명

농경사회 vs 수렵사회

농업 중심(농촌 중심) vs 상업 중심(도시 중심)


중세까지만 해도 농경 중심이었던

서양은 동양과 큰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결국 오늘날 가장 큰 차이를 만든 것은

산업혁명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서양

홀로 사는 삶
개인주의적 사회
독립적


동양

더불어 사는 삶
집합주의적인 사회
상호의존적


동서양의 차이에 대해서 여러 논쟁이 있을 수 있지만,

이에 따라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는 없을 것이다.

동서양의 차이 또한 그 간극을 조금씩 메워가며

서로 융화되고 어떤 방향으로든 수렴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각의 지도> 동양과 서양, 세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
리처드 니스벳 지음 | 최인철 옮김 | 김영사 | 2004년 04월 13일 출간


하지만 급격한 산업화와 함께

서구문화가 적극적으로 유입되고,

서양에 대한 사대주의 아닌 사대주의를 바탕으로 한

교육과 문화의 영향을 받으며 자라온 나는

일상 속에서 동서양의 문화충돌 혹은

가치의 충돌을 경험할 때가 많았다.


개인을 위한 선택과

전체를 위한 희생의 기로에 설 때면,

가치관의 혼란이 느껴졌다.


팩트를 기반으로 논쟁을 벌일 것인가!

아니면 관계와 맥락을 고려해서 참을 것인가!


캐나다에서 가장 괴로운 선택의 순간은

Subway나 Quiznos에서

샌드위치를 주문할 때였다.


"빵은 15cm 플랫 브레드로 할게요.

토스트 해주시고,

할라피뇨랑 양파는 빼주세요.

토마토 더 넣어주시고,

베이컨이랑 치즈를 추가해주세요.

그리고 이탈리안 드레싱이랑

스위트 어니언 소스를

7대 3 비율로 넣어주세요."


주문을 하기 위해 줄을 서서

앞사람이 주문하는 내용을 듣다 보면,

내 차례가 왔을 때 뭐라고 해야 할지

눈앞이 아득해지곤 했다.


특히 야채를 고르는 일이 스트레스였다.

그래서 항상 준비된 대답을 반복했다.


"Everything!"

"All of them."


그리고 항상 빵빵하게 터질 것 같은

샌드위치를 건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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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NCEPTOR


결국 내 자리에 콜라와 우롱차가 나란히 놓였다.


주문 내용을 다시 확인하고

바꿀 수도 있었지만,

내가 실수를 한 것이니까...

나는 콜라와 우롱차를 다 마셨다.


Corinna는 빙긋이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왜 콜라와 우롱차를 한꺼번에 시켰는지

의아스럽다는 눈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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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페 음식은 기대보다 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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