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econceptor May 27. 2016

Kiwi

#061 토론토에서 101명 만나기 


"오쏨 오쏨~"

Awesome Awesome~


"아일 라이크 잇! 아일 라이크 잇!"

I like it! I like it!


Kiwi가 왔구나. 


그는 영국에서 온 25살의 청년이었다. 

특유의 영국식 발음과 매너가 

무척 귀여운 친구였다. 


'오쏨'을 습관처럼 매일 내뱉던

그는 호스텔의 스태프였다. 


창밖에서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긴 밤 두두둑 떨어지는 빗소리를 뚫고 

다급한 사이렌 소리가 심장을 울렸다. 

중간중간 저음으로 울려 퍼지는 

클락션 소리가 마음을 잡아 

뒤흔드는 것 같았다. 


똑... 똑...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와 

어우러진 사이렌 소리에

마음이 두근거리고 심장이 요동쳤다. 

스산하고 소란스러운 아침이었다. 


로비에서 청소를 하던 키위가 다가와

프로젝트는 잘 되고 있는지 물었다. 


"늘 그렇지 뭐."

"오늘은 비도 오는데, 나갈 거야?" 

"그러게 말이야. 

오늘은 Kiwi를 그려야겠는걸~"

"오쏨~ 아일 라이크 잇~"


Kiwi는 히히덕거리다가

언제 자유시간이 나는지 알려주었다. 

그 시간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나는 로비에 앉았다. 


어제 내가 초상화를 그리는 걸 보고 

자신의 여자친구 초상화를 그려달라고 했던 

인도에서 온 청년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그의 여자친구 초상화를 그려주는 대신

그가 내 초상화를 그려주기로 했다.  


약속시간이 10분, 20분, 30분...  

1시간... 2시간이 지나도록 

그는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Kiwi를 찾아갔다. 

그와 약속한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 그림 잘 못 그리는데...

왠지 쑥스럽다. ㅎㅎ."



©RECONCEPTOR


©RECONCEPTOR


©RECONCEPTOR


©RECONCEPTOR


©RECONCEPTOR



Kiwi는 언제나 나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항상 한마디라도 더 말을 건넸다. 


그리고 로비에 있는 사람들에게 

초상화를 그려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며 나에게 사람들을 

소개해 주기도 했다. 


나도 음료수나 맛있는 간식이 

있으면 챙겨주고, 

특히 더 지쳐 보이는 날에는 

레드불을 선물로 쥐어 주곤 했다. 


"오쏨~ 아일 라이크 잇!"


Culture Days 이벤트를 준비하던 때는

어느 장소에서 이벤트를 하면 

좋을지 함께 찾아봐주었다. 


그리고 이벤트를 하는 날, 

함께 도와주겠다고 할 정도로

세세한 것까지 신경 써주는 마음이 

정말 고마운 친구였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Kiwi를 만나 작별인사를 

나눴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것이 아직도 

큰 후회로 남는다.


Kiwi, 

잘 지내고 있는 거지? 


매거진의 이전글 버스커페스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