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1 토론토에서 101명 만나기
"오쏨 오쏨~"
Awesome Awesome~
"아일 라이크 잇! 아일 라이크 잇!"
I like it! I like it!
Kiwi가 왔구나.
그는 영국에서 온 25살의 청년이었다.
특유의 영국식 발음과 매너가
무척 귀여운 친구였다.
'오쏨'을 습관처럼 매일 내뱉던
그는 호스텔의 스태프였다.
창밖에서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긴 밤 두두둑 떨어지는 빗소리를 뚫고
다급한 사이렌 소리가 심장을 울렸다.
중간중간 저음으로 울려 퍼지는
클락션 소리가 마음을 잡아
뒤흔드는 것 같았다.
똑... 똑...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와
어우러진 사이렌 소리에
마음이 두근거리고 심장이 요동쳤다.
스산하고 소란스러운 아침이었다.
로비에서 청소를 하던 키위가 다가와
프로젝트는 잘 되고 있는지 물었다.
"늘 그렇지 뭐."
"오늘은 비도 오는데, 나갈 거야?"
"그러게 말이야.
오늘은 Kiwi를 그려야겠는걸~"
"오쏨~ 아일 라이크 잇~"
Kiwi는 히히덕거리다가
언제 자유시간이 나는지 알려주었다.
그 시간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나는 로비에 앉았다.
어제 내가 초상화를 그리는 걸 보고
자신의 여자친구 초상화를 그려달라고 했던
인도에서 온 청년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그의 여자친구 초상화를 그려주는 대신
그가 내 초상화를 그려주기로 했다.
약속시간이 10분, 20분, 30분...
1시간... 2시간이 지나도록
그는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Kiwi를 찾아갔다.
그와 약속한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 그림 잘 못 그리는데...
왠지 쑥스럽다. ㅎㅎ."
Kiwi는 언제나 나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항상 한마디라도 더 말을 건넸다.
그리고 로비에 있는 사람들에게
초상화를 그려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며 나에게 사람들을
소개해 주기도 했다.
나도 음료수나 맛있는 간식이
있으면 챙겨주고,
특히 더 지쳐 보이는 날에는
레드불을 선물로 쥐어 주곤 했다.
"오쏨~ 아일 라이크 잇!"
Culture Days 이벤트를 준비하던 때는
어느 장소에서 이벤트를 하면
좋을지 함께 찾아봐주었다.
그리고 이벤트를 하는 날,
함께 도와주겠다고 할 정도로
세세한 것까지 신경 써주는 마음이
정말 고마운 친구였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Kiwi를 만나 작별인사를
나눴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것이 아직도
큰 후회로 남는다.
Kiwi,
잘 지내고 있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