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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conceptor Nov 16. 2016

지우개 잃어버린 날

#071 토론토에서 101명 만나기


공기는 차지만

햇살은 따스한 오후.


나는 벨우드 공원 벤치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진한 나무향이 바람을 타고

코끝을 간지럽혔다.  


햇살이 눈에 부실 즈음

조용히 일어나 공원을 산책했다.


오솔길을 따라 걸어가다 보니

작은 놀이터가 나왔다.


그곳에서 Kalim과 Kamille

남매를 만났다.



"우리 애들 사진은 찍지 말아주세요."















@RECONCEPTOR



뒤통수를 찍었다.




Kalim은 8살의 소년,

Kamille은 5살의 소녀였다.


처음에는 쭈뼛대다가

연필을 잡더니 재미있어했다.



@RECONCEPTOR


먼저 그림을 그리는 오빠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Kamille.



@RECONCEPTOR


Kamille은 자신의 차례가 되자

신나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두꺼운 연필을 쥔 고사리 손이

무척 귀여웠다.



@RECONCEPTOR




@RECONCEPTOR



나도 아이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뿔싸....

지우개가 없는 것이 아닌가.


가방 여기저기를 아무리 뒤져도

지우개는 보이지 않았다.


'아... 여기 눈을 좀 고치고 싶은데...

여기 각도가 잘못됐는데...

대칭이 아니야...

턱선이 조금... 음....'


결국 지우개 없이 그려야 했다.


조금 아쉬움이 남는 그림이 되었지만,

아이들이 그림을 받아 들고

나를 바라보며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니

경직됐던 마음이 조금 풀렸다.




그나저나 내 지우개는 어디로 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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