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고 의미 없다는 것은 말입니다, 존재의 본질이에요. 언제 어디에서나 우리와 함께 있어요. 그리고 그걸 무의미라는 이름 그대로 부르려면 대체로 용기가 필요하죠. 하지만 단지 그것을 인정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고, 사랑해야 해요,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밀란 쿤데라의 책은 개인적으로 좋아해서 같은 책을 여러 번 읽는 편이다. 그중 이 책은 장편소설이라기엔 굉장히 짧지만 읽기 까다롭다. 내용의 순서를 딱딱 정리해서 썼다기보다는 의식의 흐름이 흘러가는 대로 쓴 것 같아 읽다가 보면 앞 뒤 내용이 연결이 안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다시 되돌아 읽게 된다. 그래서 장수에 비해 읽고 이해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 모두가 의미를 이야기하면 무의미도 의미가 된다.
스탈린이 터무니없는 24마리의 자고새 이야기를 할 때 그의 부하들은 스탈린의 뒤에서 거짓말쟁이라며 헐뜯는 장면이 나온다. 아무도 그가 한 이야기가 농담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이 장면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요즘에는 정말 무의미라는 것은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타인이 나에게 무심코 던진 말에서도 스스로 의미부여를 하며 과대 해석하는 것을 주변에서도 많이 보았고 나도 그렇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의미 과부하가 일어난 사회에서 우리 주변의 무의미를 즐기자는 주제로 나오는 최신 인문학들이 많이 나오는 것을 서점에 가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문득 든 생각은 무의미를 아무리 외쳐도 모두가 의미를 가지고 무의미를 즐기자고 이야기하면 무의미도 결국엔 의미가 되어 버리지 않는가 고민하게 되었다.
이 책의 독후감을 쓰면서 무의미를 이야기하는 책에서 의미를 찾아 감상을 써내려 가는 것이 어렵게 느껴졌다.
무의미를 향하는 책에서 의미를 찾아 독후감을 쓰고 있는 지금. 무의미를 즐기지 못하는 사람 중 하나인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