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은환 Apr 25. 2021

#7. 해피투게더 리마스터링

불완전한 사람들의 사랑 속에서

거의 8개월 만에 찾은 영화관은 정말 아무도 없었다. 나랑 다른 분 2명에서 영화를 봤다.


장국영에게 빠지고 여러 장국영의 영화를 봤지만 매 작품마다 첫 장면에서는 항상 이질감이 느껴진다. A라는 영화에서의 장국영을 보고 Z 영화에서의 장국영을 보면, 내 머릿속엔 장국영 A가 있는데 다른 영화에서는 장국영 Z가 느껴져 어색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같은 사람이 어떻게 매번 다른 인물이 될 수 있지 신기하다.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서 양조위의 연기는 처음 봤는데 역할 때문인지 볼수록 양조위에게 마음이 갔다.


퇴근 후 보는 영화가 제일 재밌다...!

어느 날 보영이 우연히 사온 램프 속에 그려진 이과수 폭포를 본 보영과 아휘는 이과수 폭포를 보기 위해 아르헨티나로 떠나지만 그곳에서 둘은 이별하게 되고 아휘는 다시 홍콩으로 돌아가기 위해 탱고바에서 도어맨을 하면서 돈을 벌고 보영은 여러 남자들을 전전하며 삶을 영위한다. 그러다 둘은 이휘가 일하는 바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 감정의 불완전한 표현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보이는 보영과 그런 보영을 보며 아휘는 항상 불안을 느낀다. 그래서 보영이 손을 심하게 다쳐서 아휘가 보살펴 줬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며 보영이 손이 낫지 않기를 바랐다고 말한다. 보영의 손이 점점 나아져 가면서 아휘의 은근한 집착이 심해져가고, 보영은 그런 그를 보면서 답답함을 느낀다.

아휘는 계속되는 버려짐에 보영을 점점 집착하게 된 것 같다. 그리고 보영은 언제나 아휘가 다시 자신을 받아 줄 것이라는 막연한 확신 때문에 다시 시작하자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의 사랑 표현을 보면서 다듬어지지 않고 사랑의 감정을 날 것 그대로 쏟아내었구나 라는 느낌을 받을 만큼 굉장히 거칠고 서툴다.


모두가 불완전한 사람들이 이기 때문에 사랑의 표현에서도 완전할 수는 없다. 서툰 사랑을 반복하면서 어떻게 표현을 하는 것이 상대방에게 안심과 믿음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깨닫는 것뿐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서는 항상 서툴고 거칠 수밖에 없다.


# waterfall cucurrucucu paloma

해피투게더의 사운드 트랙 중 하나로 가사가 아휘와 잘 어울리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사운드 트랙 듣기 - https://youtu.be/apy0suSUOtA>


Dicen que por las noches

No mas se le iba en puro llorar

Dicen que no dormia

No mas se le iba en puro tomar.


그들은 그가 수많은 밤동안

단지 울기만 했다고 말한다.

그들은 그가 잠도 자지 않고

단지 술만을 마시고 있었다고 말한다.


Juran que el mismo cielo

Se estremecia al oir su llanto

Como sufrio por ella

Que hasta en su muerte la fue llamando


그들은 그의 울부짖음을 들으면 하늘 또한

진저리를 쳤다고 맹세했다.

그녀 때문에 얼마나 고통스럽던지

그는 죽을 때까지 그녀를 불렀다.


Ay, ay, ay, ay, ay, cantaba

Ay, ay, ay, ay, ay, reia

 Ay, ay, ay, ay, ay, cantaba

De pasion mortal, moria


아, 아, 그는 노래했고

아, 아 그는 웃었고

아, 아 그는 노래했다.

필멸의 열정으로 인해, 그는 죽었다.


(※ 해석은 저의 짧은 스페인어 실력으로 번역한 것이니 많은 오류가 있습니다.)


아휘와 함께 일하는 직원 중 한 명인 장은 여행 중 돈을 벌기 위해 잠시 일하는 거였지만 아휘와 깊은 우정을 쌓는다. 장에게는 소리만 듣고도 다른 사람의 감정 등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었는데, 장이 다시 떠나기 전에 둘이 바에서 술을 마시면서 장이 세상의 끝으로 간다고 말한다. 그것을 들은 아휘는 실연을 당한 사람들이 그곳에 가서 슬픈 추억을 묻고 오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말하자. 장이 녹음기를 꺼내 기념으로 아무 이야기나 녹음해 보라고 한다. 아휘는 처음엔 머뭇거리지만 장이 자리를 피해주자. 무언가를 녹음하는데, 장이 세상의 끝에 도착해서 그것을 들었을 때는 흐느끼는 소리뿐 아무 이야기도 없었다. 아무 단어 없이 그저 흐느껴 우는 것으로 아휘의 슬픈 추억들 모두를 묻어버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나긴 사랑과 재회 끝에 아휘는 혼자 이과수 폭포에 가게 된다. 비바람을 맞으며 폭포를 본 아휘는 두 사람이 함께 보는 장면만 생각했기 때문에 슬펐다고 말했다. 이과수 폭포는 영화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볼 수 있는데, 폭포에 도착하는 것은 사랑을 정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 든다. 먼저 도착한 아휘가 먼저 이별을 준비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언젠가 보영이 이과수를 실제로 본다면, 그 날이 보영의 이별 날인 것이다.


# 춘광사설 (春光乍洩) ; 구름 사이로 잠시 비친 봄 햇살

해피투게더의 원래 제목인 춘광사설은 말 그대로 영화의 모든 줄거리를 요약할 수 있는 단어이다. 두 사람은 구름이 지나가는 잠깐의 순간 동안 사랑했을 지라도 잠깐 비친 햇살로 인해 그들의 땅에는 아름다운 사랑이라는 꽃이 싹텄기 때문이다. 꽃은 짧게 피고 지지만 다시 피어날 수 있다. 둘의 사랑은 잠시 졌을지라도 먼 훗날 햇살이 비치는 날이 온다면 다시 서로를 혹은, 다른 이와 함께 사랑을 꽃피우지 않을까 생각한다.


봄햇살을 받은 사랑은 찬란하게 피고 지고 새로운 발아를 기다린다.

매거진의 이전글 #6. 죽은 시인의 사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