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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하 Jan 04. 2023

#3

의식의 흐름 기록 : 덕질

# 아이돌 > 덕질 > 이동욱 > 십오야 > 크래비티 > 러비티 > 프메 > 엠카 > APOKI > 노래 > 경험의 틀 


무언가를 오래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가수를 꿈꾼 것도, 지금도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 것도, 디자인을 시작하고 지금도 편집디자인 작업하는 걸 재밌어서 하고 있는 것을 친구들은 진짜 노래와 디자인이 내 적성이고 재능이라고 말한다. 그런 내가 방탄소년단을 오랫동안 좋아했고 콘서트 3일 하면 3일 다 가고 매년 아미 멤버십을 연장해 왔었다. 그런데 올해 봄 즈음, 결국 현실의 무게에 졸덕(=덕질 졸업)을 하게 되었다. 연인으로 치면, 미워하거나 싫어하게 되어서 헤어지는 게 아닌 거다. 기쁜 마음으로 언제든지 축복하고 응원해줄 수 있지만 더는 내 돈과 시간을 전부 그곳에 쏟을 여력이 남지 않았기에 물러서게 되었다.


어릴 때 게임을 접하고 밤을 새워서 게임(에이지 오브 엠파이어)을 하다가 다음 카페가 유행하면서 포토샵을 배우며 몰입해서 학교도 못 갈 뻔했다. 정말 밤을 새우며 놀았다. 마음에 무언가를 들이면 쉽게 중독된다. 

덕질은 DNA라고 한다. 덕후는 그냥 타고난다고 한다. (음악은 신병이고..) 

돌아와서, 다시 덕질하긴 힘들겠다 싶어 하고 있었지만 결국 그 빈자리를 드라마가 채웠다. 드라마가 채우니 배우들이 눈에 들어오고, 이동욱이 십오야에 나온다는 걸 알고 잘 챙겨보지 않던 십오야를 보게 되었다. (예능프로를 챙겨보지 않는 편, 무도버스에 살고 있지만 무도를 제대로 본 게 몇 편안된다는 점 ㅎ) 거기서 혜안이 다시금 눈을 떴다. 크래비티. (아이돌 덕질 다시 하긴 힘들겠다고 친구랑 대화하고 대략 6개월 만에 철회 ㅎ)


그리고 아주 빠르게 러비티(크래비티 팬덤명) 3기에 가입했다. 역시, 나는 마음에 들이면 빠르게 행동한다. 그리고 2022년 마지막 엠카운트다운에 출연한다는 걸 듣고 엠카를 보는데, APOKI라는 버츄얼 아티스트(?)가 나와서 무대를 했다. 신선한 충격. 물론 AI 가 말하고 노래하고 한다는 건 들어봤지만, 진짜 엠카운트다운에 나와서 무대를 하는 건 생각도 못했다. 이 산업이 이렇게 큰가? 엠넷 가요프로그램에 나올 정도로? 그리고 나는 너무 낡았으니까 메타버스 쪽으로는 나아가지 못하겠지 싶은 마음이었으니까. 

아뽀키로 인해 유튭에 몇 가지 검색해 보았다. 이세돌이라는 그룹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방향성 없는 마음의 소리가 마구 튀어나왔다.


어쩌면 내게도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까? 


10대엔 댄스가수가 꿈이었고 20대엔 발라드 가수가, 30대엔 싱어송라이터가 꿈이었다. 어쩌면 낡고 지친 내 외모나 나이를 뛰어넘어 다시 노래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써놓았던 이야기와 노래들을 부르고 누군가와 교류할 수 있지 않을까?


다시는 내가 하고 싶은 음악으로 노래를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경험의 틀에 갇혀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세상이 바뀌었다. 물론 버츄얼유튜버 같은 경우 사용화되기도 어렵고 아직 개인이 혼자 하기엔 벽이 높다고 보이지만.. 중요한 것은, 노래를 계속하고 싶었다는 마음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정말로 정말로 조금도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생각을 아직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까지 며칠이 걸리기도 했다. 노래하고 싶어 하는 것조차 허락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역시, 모든 깔때기는 '나' 인걸로. 이런 걸 생각하면 나는 참 나를 사랑하고 생각한다. 그런데 자꾸 자존감이 없다고 하는 건 거짓말인 것 같다. 아, 물론 자존감 낮다고 생각하던 건 작년부로 졸업했다. 진짜 졸업. 다만 그렇다고 자존감이 높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어쩌라고"가 장착되었달까.

이전의 내 모습을 한 예로 들어보자면, 친구들과 차를 타고 가며 대화중이었다. 한참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정적이 오고 분위기가 살벌해지면 나는 그 대화에 참여했던 것도 아닌데 이렇게 말한다. "아.. 혹시 나 때문이야? 미안해." 그냥, 모든 것에 다 숙이고 모든 것에 미안하고. 친구들은 화를 낼 정도였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대체 왜 미안해하냐고. 그냥 모든 게 다 내 잘못인 것 같고 누군가의 눈치를 보며 살다 보니 온 살덩이가 다 조각조각 나고 근육을 뚫고 뼈까지 잘라내기 직전이었다. 긴 시간 동안 그런 나를 벗어내고자 스스로를 훈련해 왔다. 그래서 지금 장착된 기본 옵션은, "으쯔르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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