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반죽처럼 떡진 공기
곧 내릴 비는 화살촉처럼 땅에 꽂히겠지
이내 불발된 총알 마냥 맥없이 터지겠지
눈을 들어 하늘을 보았을 때
하늘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면
내 마음을 하늘로 띄울 때
무엇에도 걸리지 않고 하늘을 누빌 수 있게
드높게 올라섰는 건물들은
고갤 숙여 쏘아보곤 해
나를 밀어내곤 해
한때 동경한 적도 있지
하지만 내가 있을 곳은 없더라
곧, 아마도, 이런 말들이 세운 모래성에 살고 있어
곧, 아마도, 이런 말들 | 수인
기대한 일들이 무너질 때 오는 상실감.
그 순간에 최선을 다했고 즐겼다면
그것으로도 만족하고 기뻐할 수 있는
현인이 될 수 있을까요?
상실감에
무너진 모래성 같은 새벽이었습니다.
더 많은 시도와 실패로
모래성도 어느 날엔 무너지지 않을 만큼
단단해질 수 있을까요?
사암이나 역암만큼
눈물로 모래를 기워서
의젓한 건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