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동네도
오랜만에 찾아가면 낯설거나 새로울 때가 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 지라
기억 속 그곳의 느낌과는 많이 다를 때가 점점 더 잦아진다.
처음엔 아쉬웠지만 이내 새로운 곳을 보는 재미에 빠지고는 했다.
그래서일까. 안고 있는 기억들이 조심스럽다.
별로였다는 기억에 사로잡혀 좋은 곳을 놓쳤을 수도 있고
좋았던 기억에 사로잡혀 실망을 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사람에 있어서도 비슷하게 흘러갔다.
별로였다는 오래된 기억 어딘가에 사로잡혀 좋은 인연과의 선을 끊은 적도,
좋았다고 믿었던 사람과 서로 등을 돌린 적도 있으니까.
어쩌면 기억력이 그다지 좋지 않은 나의 능력이
이제는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좋은 건 좋은 대로,
아쉬운 건 아쉬운 대로
조금씩만 기억하며 살아가기로 했다.
오래되고 작은 기억 조각들이 모여
새로운 기억의 작은 바탕이 되어줄 거란 생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