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시력이 지금보다 더 좋았다면
나는 분명 결벽증을 가진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보고 싶지 않은 것들까지 보느라
원치 않는 스트레스까지 받으며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적당히 보일 건 보이고,
보이지 않는 건 자연스레 놓치는 덕분에
정리를 좋아하는 선에서 그쳤고 결벽증까진 가지 않았다.
굳이 마주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들은 여전히 마주하지 않으며
쭉 모른 채로 지나가 버린다. 가장 좋은 점이 아닐까 싶다.
결정적으로 중요한 사실은
정말 신기하게도 좋지도 않던 시력을 가진 눈이
필요한 순간엔 제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나의 관심과 집중이 더해졌기에 더 많이 보였겠지만.
어찌 됐든 조금 나쁘다고 볼 수도 있는 나의 시력은
볼 건 어떻게든 보고 있고, 보지 않아도 될 건 굳이 보지 않으며 살게 해주는
고마운 수준의 시력임을 사는 내내 느끼고 있다.
보지 않고 넘어가도 될 것들이
생각보다 너무나 많은 세상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