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여행의 공존

#17

by 강흐름

이번엔 고향 친구가 내가 머무는 곳으로 놀러 왔다.
고등학생 때 아주 친했던 친구였는데 대학생이 되고, 졸업을 하고,

둘 다 연락을 먼저 하는 성격이 아니라 자연스레 생사 확인만 하던 친구였다.
그러다 얼마 전, 친한 친구 결혼식에서 우리는 다시 마주하게 됐고,

몇 년 동안 얼굴을 못 본 게 맞는 건가 싶을 정도로 보자마자 앞뒤로 앉아 매일 장난치던 고등학생,

딱 그때로 돌아갔다.
그렇게 우리는 뒤늦게 새삼스레 연락을 자주 하게 되었고, 그러다 제주까지 내려온 거다.
여유롭게 보내던 지난 몇 주가 무색할 만큼 바쁜 계획을 품에 안고.
그 친구나 나나 '백수'니까 가능한 즉흥적 여행이었다.
제주도가 처음이라는 친구를 위해 전적으로 그 애의 선택에 맡겼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첫날은 비바람이 어마어마했다.
'망했다'를 연신 외쳐대던 친구였지만

몸은 이미 '카페-밥-카페-밥'이라는 공식 아닌 공식을 이어나갔다.
어쩜 우린 이렇게 한결같이 철이 들지 않았을까?

여전히 투닥거리는 우리 사이는 거의 십 년이 지나도 변한 게 없었다.

가봤던 곳도 다시 가고, 듣도 보도 못한 카페를 포함한 다양한 곳들도 가봤다.
제주도에서 '일상'을 선택하고, '구경'을 미뤄뒀던 나는 그렇게 친구 덕에 잠시나마 '작은 여행'을 할 수 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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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내내 잘 놀고 나니 막상 친구를 보낼 때가 다가오자 생각보다 좀 아쉽다.
나도 여기 사람이 아니건만, '누군가를 맞이하고 보내는 게 이런 건가'라는 묘한 느낌이 든다.
친구를 공항에 내려주고 내가 머무는 곳으로 돌아오는 길,

시끄럽던 옆자리는 어느덧 조용해졌고, 다시 일상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그 '일상'도 좋고, 그 '여행'도 좋았던 지난 며칠.
나 또한 머지않아 이곳을 떠나겠지만

떠나는 순간까진 또다시 내가 있던 그곳에 파묻혀 있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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