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 없는 씩씩함

by 강흐름

지구 반대편에서 노동이란 걸 하고 있을 무렵, 꽤 진한 인연을 맺게 된 언니가 한 명 있었다.

늘 나의 천방지축함과 덜렁거리는 성격, 그리고 겁대가리를 상실한 무모함을 매일같이 지켜보던 사람이기도 했다. 그랬기에 틈만 나면 집안의 큰 언니처럼 나에게 잔소리를 하고 가끔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혼내기도 했다.


언니는 몸이 작고 약하였던 데다 적지 않은 나이에 결혼을 했던지라 아기를 가지는 데에도 많은 노력과 힘,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얻은 아이가 뱃속에 무사히 자리 잡게 되었을 때쯤, 나는 그녀를 아주 오랜만에 다시 만날 기회가 생겼다.

그렇게 나란히 길을 걷고 있는데 문득 나에게 "너처럼 씩씩하게 키울 거야."라는 말을 하며 씩 웃는다.

띠동갑을 살짝 넘는 나이차였지만 언니는 언제나 솔직했고 스스럼없었기에 혼이 날 때도, 난데없이 '너처럼'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도 언제나처럼 자연스러웠다.


가끔 나를 정말 진심으로 째려보며

"너 어쩌려고 그래?"

"왜 그래 정말!"

"또야?" 등을 뱉어내던 사람이었는데.

나는 그런 그녀를 단 한 순간도 미워한 적은 없다. 한마디 한마디에 애정이 느껴졌으니까.

오히려 혼나면서도 해맑은 웃음이 능글맞게 흘러나왔던 기억이 떠오른다.

잔소리를 가장한 응원을 해주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괜찮아"

"또 그러면 어때"

"넘어가 그냥" 정도의 말이 숨겨져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먹고사는 현실에 앞이 막막해지고, 하루하루가 '우울하다'로 채워져 갈 때쯤

언니가 말했던 나의 그 '씩씩함'이라는 게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궁금해졌다.

씩씩함을 가장한 무모함이 넘쳤고,

씩씩함을 가장한 당참이 넘쳤고,

씩씩함을 가장한 무식한 용기가 넘쳤었다.

참으로 근거 없는 씩씩함이었지만 오늘따라 그게 그렇게 그립다.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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