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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흐름 Oct 14. 2021

#07. 긴장 내려놓기

끊임없이 바뀌는 여러 가지 환경과 굳이 만들어 낸 많은 생각들로 인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긴장의 끈’을 더 길고 두껍게 만들었다.


줄다리기라도 하듯 한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한 상태로

이리저리 당겨지며 스스로에게 과한 긴장감을 조성시키고 있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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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에 이끌리듯 오랜만에 본가로 향했다.

기분 좋을 때 가야겠다는 생각에 오히려 자주 가지 못한 셈이 되어버려 죄송한 곳.

미뤄두고 쌓아뒀던 얘기를 하고 있자니 어느새 새벽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아침밥을 일찍 먹기로 했다.

엄마가 요리를 특별하게 잘하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바깥을 돌아다니고 여기저기에 살아봐도

무심한 척 알차게 차려준 엄마의 그 한 끼를 따라올 수는 없었다.

아마 살면서 가장 오랫동안, 가장 익숙하게 먹었던 맛이리라.


엄마와 대화를 하고

엄마의 밥을 먹고 나니

쥐고 있던 세상의 온갖 긴장감들이 하나둘씩 액체화되고

천천히 증발하기 시작했다.

마법 같은 순간이다.


오랫동안 이루지 못했던 단잠에 빠졌고

나란 사람도 몸을 편하게 둘 수 있는 게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흩어지거나 쏟아진 기분을 안고 지내다

다시 스스로를 탱탱하게 반죽하는 기분이다.


긴장감을 내려놓자.

이리저리 당겨지면 당겨져 보고

쏟아지면 그냥 쏟아져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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