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불면증과 비슷한 것에 시달리느라
(불면증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다)
잠 한 숨 자지 못하고 밤을 꼬박 지새울 때가 있었다.
푹 자는 기분이 어떤 건지 희미해질 무렵,
며칠 전부터 어디 나사라도 빠진 것처럼
하루의 반 이상을 자는데 쓰고 있다.
꿈은 또 얼마나 다양하고 길게 꾸는지.
눈을 그다지 뜨고 싶지 않은 아침이 있다는 사실조차
또다시 우울함을 곁에 두게 한다.
게으르게 움직이는 하루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건 덤이다.
느긋하거나 여유로운 것과는 다른 종류의 이 느린 모양새가
오히려 결과 따위 없는 조급함을 만들어내고 있는 아이러니함을
얼마나 더 겪어야 하는 걸까.
고민조차 할 힘이 없는 시점이 되어서야
자고 싶을 때 자고
눈 뜨고 싶을 때 뜨기로 했다.
지금의 삶에 있어서 영 불가능한 시도도 아니었다.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자고 일어나기도 해 봤고,
잠을 못 자기도 해봤으며,
지나치게 많이 자기도 해봤으니
이제 그런 시도쯤은 해볼 만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