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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흐름 Oct 14. 2021

#08. 자고 싶을 때 잡니다

몇 년 전부터 불면증과 비슷한 것에 시달리느라

(불면증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다)

잠 한 숨 자지 못하고 밤을 꼬박 지새울 때가 있었다.


푹 자는 기분이 어떤 건지 희미해질 무렵,

며칠 전부터 어디 나사라도 빠진 것처럼

하루의 반 이상을 자는데 쓰고 있다.


꿈은 또 얼마나 다양하고 길게 꾸는지.


눈을 그다지 뜨고 싶지 않은 아침이 있다는 사실조차

또다시 우울함을 곁에 두게 한다.


게으르게 움직이는 하루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건 덤이다.


느긋하거나 여유로운 것과는 다른 종류의 이 느린 모양새가

오히려 결과 따위 없는 조급함을 만들어내고 있는 아이러니함을

얼마나 더 겪어야 하는 걸까.


고민조차 할 힘이 없는 시점이 되어서야

자고 싶을 때 자고

눈 뜨고 싶을 때 뜨기로 했다.

지금의 삶에 있어서 영 불가능한 시도도 아니었다.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자고 일어나기도 해 봤고,

잠을 못 자기도 해봤으며,

지나치게 많이 자기도 해봤으니

이제 그런 시도쯤은 해볼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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