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난도 높은 해였지만 경험을 통해 성장하려고 했던 순간들이 소중한 2023년을 되돌아보고 기록으로 남긴다.
2023년 연말 회고
1) 일하는 삶
2) 사람들과의 삶
3) 개인의 삶
대표자라는 자리
작년 8월 법인을 설립하고, 올해는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의 역할과 책임, 그리고 그 무게에 대해서 배우는 해였다. 처음으로 대표라는 직책을 맡으며 스스로 기대하는 자아상과 현실 자아의 괴리, 그리고 객관적으로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나의 경험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느꼈다. 하나의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 기획, 프로젝트 관리, 투자, 정부 지원 사업, 세무, 노무, 등 다양한 일들을 당장 배워서 병렬적으로 끌고 가야 하는 상황이 반복됐고 초심자의 삽질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당장 눈앞에 보이는 제일 중요한 일을 마무리하는 것을 기조로, 분산된 정신적 에너지를 한 곳에 모으려는 노력을 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 해였다. 그리고 올해는 '아직 부족해서 깨지고 부서지고 힘들 수밖에 없는 상태'가 팩트라는 것을 그저 받아들이고 더 많은 경험이 쌓여 나아지길 바라는 무지성 낙관으로 버텼다. 말 그대로 존버의 해였다.
투자
올해 1월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동창을 통해서 첫 투자를 받았고, 10개월간의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 교육을 통해 성장했다. 첫 투자는 무조건 동창을 통해서 받고자 하는 목표가 뚜렷했기 때문에 동창의 일원이 되는 건 기쁜 성취였다. 동창 프로그램을 통해서 창업자가 답을 정해두고 솔루션을 강조하는 일방향적 소통이 아닌, 진정한 고객을 찾고 시장과 양방향적으로 소통하는 방식에 대해서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하려고 하는 일이나 우리의 성장 과정을 진심으로 믿고 응원해 주는, 좋은 인프라를 제공하는 일에 누구보다 진심인 투자사와의 연을 맺은 것이 첫 투자의 제일 큰 outcome인 것 같다.
정부지원 사업과 페이퍼워크
연초에는 작년 선정된 예창패 지원사업 마무리, 올해는 8천만 원의 초창패 지원사업과 5억 원의 팁스 R&D 자금을 지원받게 됐다. 자금 조달이 중요한 early stage 특성상, 정부 지원금은 잘 활용해야 하는 좋은 사업이긴 하지만 반복적인 페이퍼워크와 증빙 서류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기에 사업의 본질과 가까워지는 행동인지는 의문이 드는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자금을 마르지 않게 하는 것이 대표의 중요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불평불만 없이 도전할 수 있는 모든 지원 사업에 열심히 내 손목의 생명력을 할애했다.
고객과 제품
1, 2분기에는 유의미한 깊이의 인터뷰를 통해 제품에 고객의 목소리를 녹여내려고 많은 노력을 했고 3,4분기에는 내부 리소스의 한계로 인해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지 못했던 것 같아 아쉽다. 그럼에도 올해는 우리가 만드는 서비스가 우리 고객들에게는 정말 필요한 제품이라는 확신을 얻을 수 있는 해였다. 서비스를 발견해서 신난 고객분께서 회사로 직접 전화가 온다던지, 직접 기능에 대한 제안서를 워드 파일로 작성해서 보내주신다던지, 문의 채널로 장문의 건의를 보내주시는 고객들을 보며 아직 수는 적지만 유의미한 가치를 느끼는 고객군들이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올해는 개인 고객을 넘어 기업 고객분들의 많은 인바운드 문의로 인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해였고, 그래서 기업 고객을 위한 간단한 MVP도 출시했다. 다만 내부 인원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대응하는 고객과 제품을 확장한 결정이 좋은 결정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 시장의 새로운 수요에 대응하는 실험을 해본 경험은 좋았지만, 선택과 집중에 있어서는 부족했던 3,4분기였던 것 같다. 내년에는 선택과 집중하는 능력을 보완해 시기와 관계없이 제품 개발의 속도감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싶다.
동료애
올해 제일 많이 한 생각 중 하나는, 우리 회사에 사람이 들어오면 그 사람의 시간이 아니라 그 사람의 세상이 온다고 생각하고 진심으로 대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쩌면 성장 정체기인 구간에는 마음이 어려웠다. 나의 부족함이 구성원들의 삶과 경험, 시간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니 더 좋은 경험을 안겨주지 못함에 걱정이 서렸다.
그럼에도 내가 성장하기를 기다려주고 믿어주는 팀원들을 보면서 많은 감사함과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이런 사람들이 나를 믿어주다니 - 와 같은 생각이 큰 동력으로 작용했다. 인내하며 기다려야 하는 시간들 속에서 과분한 정서적인 지지를 보내준 팀원들에게 영원한 감사함을 느낄 것 같다.
새로운 만남
올해의 한 수는 사업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는 새로운 사람들과 가까워진 일이다. 나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올해 새롭게 알게 된 많은 분들이 기대감을 가지고 좋은 기회들을 연결해 주셨다. 되돌아보니, 사람과 운에 의지한 한 해다.
특히 올해는 업계 사람들과의 친밀도가 높아지면서, 특정 아젠다나 활동에 대해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기회의 창구가 많아졌다. 다만, 올해 이해관계자의 수와 범위가 확장되는 모습을 보며 앞으로는 더 많아질 관계들을 어떻게 올바르게 잘 관리할지 고민이 되기도 했다.
새롭게 가까워진 업계 사람들이 주는 많은 도움들, 그리고 아직 부족하지만 나에게 요청이 들어오는 질문들에 대응하면서 pay it forward 정신을 조금씩 감각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기존 사람들과의 관계
기존 사람들과의 관계는 시간이 갈수록 두터워진다. 나에 대한 이해도가 차곡차곡 쌓인 사람들이 가끔 내 마음을 알아주는 문장을 던지면 화들짝 놀라곤 한다. 가까운 지인들이 개인의 상황에서 다 다르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주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특성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한 해였다. 오랜 관계들 마저도 아직 더 알아갈 모습들이 훨씬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는 특히 내가 생각지도 못한 주변 지인들에게 많은 애정과 사랑을 받은 해였다. 나에게 보내주는 긍정적인 응원들이 말하지 않아도 느껴져서 지인들을 만나면 만남 그 자체, 그들의 존재 그 자체로 많은 힘이 됐다.
이별
올해는 이별이 많은 해였고 그래서 정말 힘들었다. 힘든 감정을 온전히 느낄 새가 없어서 시간의 틈이 날 때마다 쪼개어 소화해야 했기 때문에 개별적인 이별들을 하나하나 더 오래 힘들어했던 것 같다. 올해는 특히 내 아킬레스건이 이별인가 싶을 정도로 심적인 회복이 어려웠던 한 해다.
나이가 들면서 이별이라는 건 일상적인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내 전반의 삶을 돌아봤을 때 일반적인 경우보다도 많은 이별을 경험하고 살았으면서도 여전히 이별이라는 일에는 무감각해지지 못하는 것이 참 이상하다. 혹은, 사람을 잃게 되는 일에 대해서는 무감각해지거나 익숙해지지 않길 선택한 걸지도 모르겠다.
올해는 이별이 많았으니, 내년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연스럽고 순수하게 살기
올해는 내가 입고 있을 때 자연스러운 옷, 부자연스러운 옷을 구분하고자 했다. 살다 보니, 꼭 나에게 맞는 옷이 아님에도 관성처럼 입고 있는 옷들이 있는 것 같아서 이런 모습들을 의식적으로 비워내고자 했다. 본연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유지하는 건 많은 품과 에너지가 드는 일이다. 그래도, 나이가 들며 외부의 자극에 맞게 변형되는 사람이 아닌 자신만의 순수한 고유성을 유지하는 사람이 되고자 결심하고 노력한 한 해다. 그래서 늘 아이 같은 마음을 힘껏 유지하고 편견 없이 내가 하는 일, 동료, 주변 사람들을 알아가고자 했다.
체력 관리, 취미 생활
못했다. 올해는 역대급 체력이 필요한 한 해였는데 역대급으로 체력관리를 못했다. 그냥 정신력으로 버틴 것 같다. 올해도 러닝을 꾸준히 하고자 했는데 역시나 날이 추워지자마자 나가지도 못했다. 그림도 집에서 가끔 크로키북을 꺼내어 끄적이긴 했지만, 다시 화실을 가겠다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내년에는 다시 운동도 그림 그리기도 소홀하지 않게 나에게 줘야겠다.
책과 글쓰기
올해는 정말 많은 책을 읽었다. 지면 위에 올라와있는 글들은 원하는 속도로 원하는 만큼 소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독서의 행위가 많은 회복의 시간을 가져다줬다. 그리고 린 스타트업, 몸은 기억한다, 생각에 대한 생각, 숨, 유난한 도전 등 신이 나서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책들을 많이 만나서 행복했다.
그리고 올해는 일기를 정말 많이 썼다. 마음이 복잡할 때 머리에 둥둥 떠다니는 생각들을 정리하고, 내려놓고, 눈으로 보면 마음이 그나마 편해졌다. 진짜 스트레스받을 때는 raw 한 글을 종이에 쓰고 외출할 때 가지고 나가서 휴지통에 찢어 버리는 이상한 ritual도 진행했다... 아무튼 올 한 해도 글쓰기 덕분에 회복할 수 있었다.
개인의 삶
올해는 나에게 미안한 해였다. 좋은 건 많이 못주고 나쁜 건 과하게 많이 줬다. 나의 스트레스 해소 방식이나, 내가 나에게 사용하는 언어가 더 건강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핑계로 개인의 삶을 돌보는 일을 소홀히 했다. 그런데 일도, 관계도, 사랑도 잘하려면 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의 총량 자체가 많아야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나를 잘 돌봐야 한다. 내년에는 나와의 관계가 더 건강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년에는 다방면에서 sueprpowerman이 되어서 주변 사람들이 덜 고생할 수 있는 해였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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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올해는 삶에 대한 영혼의 체력이 부족한 한 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되돌아보니 잘 살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한 해였던 것 같다. 올해는 존버의 해였으니... 내년은 풍요의 해이길 ㅎㅎ 23년 안녕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