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존재를 끌어안으시던 당신

by Anonymous
2024.05.04


5월 4일 토요일 외할머니가 영원히 잠드셨다.


처음 전화로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우리 할머니 얘기가 아닌 줄 알았다. 우리 할머니는 매일 운동을 한두 시간씩 하실 정도로 건강 관리에 극진하셨고, 올해 말 같이 해외여행을 약속할 정도로 정정하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고 소식을 들은 그 찰나에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우리에겐 더 많은 시간이 남아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나 보다.


농담처럼 인생은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가장 많이 보는 사람이 승자다라는 말을 하곤 했는데 과연 내가 그 말을 실천하며 살아왔을까? 내가 이기적이게 바쁜척하고 지낸 건 아닐까? 왜 당연히 곧 찾아뵙기 전까지 건강히 날 기다려주시리라 생각했을까? 왜 더 부지런하지 못했을까? 죄책감이 몰려왔다. 하지만 우리 할머니라면 이런 눈물을 원하시지 않을 것을 알기에 후회스러운 생각들을 꾸역꾸역 삼키려고 노력했다.


식구들이 모여 이별을 애도하는 모습을 보며 할머니가 주신 사랑에 깊은 존경심을 느꼈다. 아, 우리 할머니는 사람들의 존재만으로도 충만히 행복해하시며 사랑만 주시던 분이셨구나. 여기 온 모두가 그녀의 무한한 사랑에 행복했구나. 모두가 이별에 슬퍼하면서도 할머니로부터 받은 사랑으로 잘 살아가겠다는 약속을 나누고 있었다.


나도 할머니께 하나의 약속을 드렸다. 할머니의 딸 혹은 우리 엄마의 마음은 내가 지키겠으니 편히 쉬셔도 된다고. 엄마를 잃은 엄마의 상실감을 내가 다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할머니가 보여주신 사랑과 비슷한 모양의 사랑으로 그녀의 곁을 지키겠다고 약속드렸다.


이 세상을 떠나시고 나서도, 남겨진 사람들이 자신들의 부족함을 자책하지도 못할 - 그런 사랑을 주고 가신 할머니, 제게 사랑을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아쉬움은 내려놓고, 느끼게 해 주신 이 마음들 언제나 뚜렷이 기억하고 더 많이 나눌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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