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미 마이 아일랜드 : 3일 차 이야기
수면장애 때문에 약을 먹고 있음에도 아침에 눈이 일찍 떠진다.
나는 원래 아침잠이 많은 타입의 인간으로 어디를 가나 잠 때문에 하루를 늦게 시작하는 걸 선호하는 편인데 언젠가(어떤 약이 바뀌면서)부터 이르면 4~5시, 늦으면 6~7시에 눈을 뜨게 됐다.
회사 다닐 때 이랬으면 얼마나 편했을까. 그때는 자도 자도 피곤하고 일어나는 게 고역이었는데.
어쨌든, 오늘 아침도 일찍 눈이 떠져서 시계를 보니 5시 28분. 오늘의 일출은 6시 17분이다. 고민할 틈도 없이 옆에 잠들어있는 혜영 씨를 깨워 '자전거를 타고 일출을 보러 가자'고 졸랐다.
나의 상냥하고 관대한 혜영 씨는 그 새벽에 군말 없이 일어나 바로 나갈 채비를 하고, 나는 신이 나서 로비로 달려가 자전거 두 대를 빌렸다.
사실 어느 쪽에서 해가 뜨는지 몰라, 어쨌든 여긴 동쪽이니까 바닷가로 가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순수한 생각으로 구글맵에 가장 가까운 바다를 찍고 페달을 밟았다. 도착한 바다는 항구였다. 해는 수평선이 아닌 옆 마을 건물 위로 이미 떠올라 있었다. 나와 혜영 씨는 마주 보고 어이없게 웃었다. 일출, 까짓 거 못 보면 어때. 이제 겨우 3일째인데.
동네를 배회하다 8시에 오픈하는 '막스 바-류 MAX VALU' 마트에서 저녁에 해먹을 간단한 장을 보고 돌아왔다.
9시 즈음, 호텔 직원에게 카비라 만으로 가는 택시를 불러달라고 부탁했다.
혜영씨, 당신은 진정 엄마였다. 엄마는 다 알고 있었다.
이렇게나 아름답고 푸르고 투명한 바다를 보고 있자니 어쩐지 고해성사를 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인 거다.
그래서 나는 물었다. 정말, 정말 솔직히, 왜, 여기에 나와 함께 온 것이냐고.
엄마는 말했다.
전부 모든 날은 아니더라도, 단 하루 이틀이라도 좋으니 네가 마음을 비우고 정말 평온한 날을 보낼 수만 있다면 한 달이든 오키나와든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고. 그래서 여기에 우리가 이러고 있는 거라며 에메랄드색 바다에 누워, 내게 말했다.
아침에 자전거를 빌려 동네 한 바퀴를 돌았을 때, 평지인 줄로만 알았는데 미묘한 언덕을 만났다.
이게 아주 기분 나쁜 게, 오르막을 오르는데 이게 예상치 못한 힘듦이라, 너무 당황스럽고 짜증이 나는 것이다.
애초에 경사라도 심한 게 눈에 띄었더라면 마음의 준비를 한다던가 다른 길로 가는 선택을 했을 텐데, 하면서.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보니 같은 길이지만 완전한 내리막이었다. 기대조차 안 했기에 기분 좋은 바람을 맞으며 오히려 브레이크를 잡으며 내려와야 할 정도로.
아, 왜 일상에서는 아닌데 여행에서만 이런 느낌이 오는 것일까요.
갑자기 내 인생이 지금 그 미묘한 오르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오르막이 분명 언젠가는, 아마도, 조만간, 곧, 나를 이렇게 편하고 뻥 뚫리게 해 줄 시원한 내리막길이 되어 줄 거라고. 그렇게 에메랄드색 바다에 누워, 나도 혜영씨에게 말했다.
혜영씨는 내 등을 쓰다듬으며 '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우리는 여기에서 서로가 너무 고마웠다.
(하지만 엄마는 남은 날 모두가 이렇진 않을 거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