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미 마이 아일랜드 : 18일 차 이야기
며칠 전까지는 오키나와 북부 어느 숲 속 통나무집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해가 떠있을 때는 쉴 새 없이 이름 모를 여러 새들이 노래를 하고, 달이 떠있을 때는 부엉이 소리가 들려오는.
깜깜한 밤 사이를 반딧불이 여러 마리가 땅에서 빛나는 별처럼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걸 보고 있노라면 시간이 멈췄으면, 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굳이 멋진 풍경을 보고 싶거나 그 풍경 앞에서 사진을 남기고 싶지 않을 정도로 실내에서 완벽한 2박 3일을 보냈다. 우리는 아주 부자가 아니어서, 그 좋은 집에 일주일씩이나 머무를 수는 없었기에. 이렇게 말하고 보니 아무리 아늑하고 내 집 같은 공간이었다고 하더라도 호텔은 호텔이지, 라는 생각이 드네.
천장에 튼튼하게 메단 그물 그네 안에서 책을 읽다 깜박 잠이 들기도 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다가 밖에서 들려오는 아카쇼빈의 소리에 후다닥 테라스로 달려 나가기도 했던 날들.
그 날들 중 내 기억 속 가장 낭만적인 순간은 바로 잠들기 직전의 순간이다.
오가닉 소재의 이불속에 쏙 들어가 집안의 모든 불을 다 끄고 창문을 바라보는 그 순간. 별이 빛나고, 밤인데도 불구하고 아침에 들은 어느 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가끔 반딧불이가 날아가고, 그러면 벌떡 일어나 엄마와 함께 한참을 바라보고 있던 밤. 그러면 어느 순간 그 소리가 들려온다. 부엉이의 울음소리.
부엉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있으면 영화 <달팽이 식당>이 생각난다.
링고의 방, 천장에 있는 나무 물결의 무늬가 신기하게도 부엉이처럼 생겼는데, 밤 12시가 되면 꼭 '부엉'하고 부엉이 소리가 들리는 거다. 어린이 링고는 '부엉이 아저씨'가 자신을 지켜준다고 생각하고 그 소리를 들으면 안심을 하고 잠에 들었는데, 어른이 된 링고는 아직도 12시에 12번 '부엉'하고 우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다. 그렇게 천장의 다락방 끝에서 발견한 것은 부엉이 모양의 시계.
그녀의 어머니는 어린 링고를 홀로 키우기 위해 밤마다 일을 하러 나갔는데, 그럴 때면 어린 링고가 가엽고 걱정이 되어 부엉이 울음소리가 나는 부엉이 시계를 사서 천장 다락에 숨겨둔 것이었다. 어찌나 그 사랑이 절절한지 편지까지 써놓았는데, 영화를 보면 아시리라. 그 부엉이 울음의 단단함과 서글픔을.
갑자기 영화 리뷰가 되었는데, 어쨌든 그 집의 천장에는 부엉이 모양의 나무 물결도 없었고 실제로 주인 테츠야 상이 체크인 때 얘기해주기를 밤이면 부엉이 소리가 들린다고 했으니 실제 야생 부엉이였을 것이다.
겨우 이틀 밤이었지만 반딧불이를 보다가 부엉이 울음소리를 기다리며, 기다리다 결국 그 소리를 들으며 잠에 들던 밤은 내 인생 손에 꼽을 정도로 낭만적인 밤이었다.
그리고 그 숲 속의 낭만적인 밤의 설렘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바닷가 바로 앞의 작은 바닷마을의 어느 아파트에 들어와 있다. 간간이 들려오는 찰랑이는 파도소리와 이번엔 바다에 뜬 별처럼 선명한 오징어 배들의 빛에 잠이 드는 밤. 부엉이 소리의 잠들기 직전의 밤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었는데 이렇게까지 낭만적인 밤이 다시 찾아오면 나는 어쩌나. 이러나저러나 낭만적인 밤들이 이어지고 있음에 그저 새로운 이 집도 좋아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