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미 마이 아일랜드 : 24일 차 마지막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들, 보고 싶었던 것들, 가고 싶었던 것들 모두 100% 완벽하게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정말 좋았어. 뭐가 제일 좋았냐고 물어보면 대답하지 못할 정도로.
사실은 좀 더 여유 있게 책도 읽고(4권 가져옴), 그림도 그리고, 나를 포함한 여러 사람에게 편지도 많이 쓰고 그렇게 지내고 싶었는데 전부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치만, 그건, 왜냐하면, 난 그걸 그 순간 멈출 수 없을 만큼의 상태였기 때문이다.
바람 틈새로 불어오던, 들려오던 그것이, 그 순간 옆을 봤는데 가만히 서서 눈을 감고 마주하고 있던 엄마가, 물에 비친 하늘과 태양이, 푸른 들판이, 구름이, 알 수 없는 큰 나무들이, 알 수 없는 이국적인 꽃이, 아주 초록색의 파란 바다가, 하늘을 날아다니던 물고기들이, 날갯짓 같던 고래상어의 몸짓이, 신비롭고 아름다워서 순간순간 무서웠던 그곳이, 사진이, 공간이, 말이, 인생이, 대화가, 우연히 본 고양이가, 그리고 섬이, 엄마가.
각자 모두 자기 자신 모습 그대로들 전부 좋았다. 그래서 난 그 순간들을 그저 작은 필름 안에 담을 수밖에 없었다. 겨우 그 정도밖에 움직일 수 없었다.
너무 좋고 행복하기만 했을 뿐이라 다시 그 장소에 가는 게 겁이 난다는 한 친구의 말이 생각났다.
언젠가 배낭여행을 다녀왔었을 때, 친구는 너무나도 행복했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확신이 들었다는 것이다. 다음에 다시 가면 이보다 더 좋은 여행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그 마음을 이제와서야 공감해본다. 다음에 내가 다시 오키나와에 와도 지금과 같을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무엇보다도 함께 한 엄마의 몫이 컸겠지. 과연 내가 엄마가 아닌 남편과 왔다면? 물론 좋았었겠지만 100% 이 마음과는 달랐을 것이다.
더욱더, 이런 마음들을 가꾸어나갔음 한다. 성장해보기를 바란다. 나도, 엄마도. 우리 둘의 나이를 합치면 90세지만 그래도 아직 멀었다. 그래도 “됐어, 괜찮아. 이것만으로도 충분해”라고 진심으로, 진정으로 생각하고 또 웃고 행복할 수 있었다면 조금은 자란 걸까? 사실 이 여행의 ‘이것만으로도 충분해’의 포인트는, 그러니까 저 말에서 ‘이것만’으로는 '엄마'다. 난 정말 엄마와 이 섬에 온 것만으로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비록 첫 시작은 열사병과 함께 였지만, 첫 렌트는 폭우와 함께였지만, 그것 덕분에 더 웃을 수 있었다. 정말이지 충분하고도 넘치는 여행이었다.
마지막 날인 오늘의 일기, 마지막이지만 결코 마지막은 아닐 것이다.
4주간의 이 여정이 누군가들과 나의 생각보다 수월했음을 기록하며 곧 다가오는 6월, 우리는 이탈리아와 프라하에 갈 것이고 11월에는 아이슬란드에 가기로 했으니까.
너무 일찍 공항에 도착했다. 이 일기를 발행하면, 나와 혜영씨는 4층 전망대에 가서 비행기를 구경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