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날의 기억

by 지훈

괜찮은 척을 하다가 결국 무너진 날이 있다.

그날, 나는 아무 말도 없이 울었다.
흘러내리는 눈물 앞에서 나조차 당황했고,
‘내가 이렇게까지 무너질 줄은 몰랐다’는 생각이
텅 빈 천장을 바라보며 스치고 지나갔다.



버틴다는 건 언제까지 가능한 걸까.
그날은, 그 질문이 나를 온몸으로 덮었다.
숨이 막히는 듯한 무게 속에서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누워 있었다.

그땐 몰랐다.




어떤 날은 그냥 무너져도 된다는 걸.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이
정말 나에게도 해당될 수 있다는 걸.

죄책감이 먼저 올라왔다.


‘조금만 더 단단했더라면.’
‘조금만 더 괜찮았더라면.’


나는 그렇게 또다시 나를 몰아붙였다.
누군가는 말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누군가는 잘 해내고 있다고.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잘 해내는 것보다, 버티는 게 더 어렵다는 걸.




누군가는 멀쩡해 보일지 몰라도
그 안에는 말하지 못한 마음이 가득하다.
기댈 곳 없는 감정, 숨기고 싶은 상처,
그리고 '나는 아직 괜찮다'는 마지막 자존심.


나도 그랬다.
예전엔 혼자 견디는 내가 부끄러웠다.
약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고,
상처받은 티를 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울고 싶을 땐 화장실로 갔고,
무너지고 싶을 땐 밤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누구도 보지 않는 공간에서,
나는 조용히 무너졌다.

눈물이 흐른다는 건
늘 어떤 사건 때문만은 아니다.


어떤 날은, 그냥 이유 없이 가슴이 꽉 차오른다.
슬퍼서가 아니라,
그저 너무 오래 버텼기 때문에.


울고 나면 세상이 조금은 다르게 보였다.
평범한 하루가 새삼 고맙게 느껴졌고,

작은 위로에도 눈물이 났다.




그럴 땐 생각했다.
아, 나 아직 괜찮구나.

버틴다는 건 대단한 일이 아니다.
반드시 무언가를 이뤄야만 하는 것도,
눈에 띄는 결과가 있어야만 의미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오늘 하루를 무사히 살아낸 것,

그 자체로 충분하다.




누군가 내게 묻는다.
“요즘 어떻게 지내?”
나는 조용히 웃으며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냥, 조용히, 천천히. 살아가고 있어.”


이 말이 너무 슬퍼 보이지만 않기를 바란다.


어떤 삶은 그런 속도로도
충분히 아름다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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