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한

by 지훈

문을 닫았다.

조용한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로 오늘이 잘 마무리되었다는 걸 알았다.




하루를 버텼다기보다,

하루를 건넜다.

큰일은 없었지만,

그게 오히려 다행이었다.




말을 아꼈다.

속이 복잡했던 마음이,

오늘은 조금 차분했다.

조용한 건,

내가 나를 돌보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문득

감정이 먼저 움직이는 날이 있다.

바람이 스치기 전,


기압이 먼저 바뀌는 것처럼,

마음이 앞서 알아채는 순간들.

그건 아픈 게 아니라, 살아 있는 기분이다.




잘 안 되는 날은 많았다.

할 말을 삼키고,

계획을 미루고,

사소한 일에도 마음이 휘청거릴 때도 있었다.




그런 날들을 지나,

오늘은, 그냥 무사히 지나왔다.

그게 나에겐 꽤 큰 일이다.




무사함은

소란스럽지 않다.

그렇다고 텅 빈 것도 아니다.

담담한 하루에도,

숨은 의미는 충분하다.




티 나지 않는 하루가

사실은 가장 단단한 하루일 때가 있다.

남들이 몰라도,

나는 안다.




오늘,

나는 나를 잘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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