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분리수거 이야기 Part. 1
매주 화요일은 우리 아파트 분리수거 날이다. 지상 주차장 한편에 정체모를 대형 보따리들이 자리를 잡고 주민들은 일주일 동안 사용하고 남은 쓰레기들을 종류에 맞게 분리수거한다. 분리수거 날인지 모르고 주차를 해둔 차량은 경비아저씨로부터 모닝콜을 받곤 한다.
가장 보편적인 분리수거 항목은 플라스틱, 종이, 병, 캔, 비닐로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투명 페트병만을 분리해서 버리기 시작하였는데 그것은 중국에서 플라스틱 수입을 금지한 이유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다음날 수요일, 집게를 가진 큰 트럭이 나타난다. 그리곤 건조한 피부를 긁어 하얗게 일어난 각질처럼 주차장 아스팔트 바닥 곳곳에 상처를 남긴 체 쓰레기를 가지고 어디론가 유유히 사라진다. 아마도 대부분의 주민들이 생각하는 쓰레기들의 마지막 모습일 것이다.
아파트 쓰레기를 수거하는 업체들의 대부분, 아니 거의 전부는 민간업체들이다. 즉 정부 지자체들이 수거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What?! 쓰레기를 수집하는 게 나라에서 하는 일이 아니라고? 그럼 나라가 해주는 게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할 수 있지만 조금 더 상황을 자세히 볼 필요가 있다 (EPR과 같은 시스템이 있으나 그건 나중에 추가 설명하겠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분리수거 이야기 Part. 1
쓰레기 수거 주체자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정부 지자체, 둘째가 바로 민간 업체이다. 정부 지자체는 주로 단독주택, 빌라 등 골목 쓰레기들을 수거하고, 민간 업체는 주로 아파트 쓰레기를 수거한다. 그 차이가 무엇일까? 개인적인 견해이나 수거와 분류의 복잡성 때문이라 생각한다. 단독 주택 및 빌라들은 면적당 단위 세대가 아파트보다 작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민간업체들은 한 번에 많은 양을 수거할 수 있는 아파트를 선호한다. 정부 지자체에서도 돈을 들여 수거를 요청하는 것보다 차라리 자체 망을 사용하는 것이 비용면에서 더 저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먼저 민간업체 기준, 즉 아파트에서 나온 쓰레기들이 어떻게 재활용되는지 보고자 한다. 재활용 순서는 소비자 배출 → 민간업체 수거 → 1차 선별 → 2차 선별 → 소재 소형화&분류 → 재활용 단계로 진행된다. 그 구분이 사람마다 조금은 다를 테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이와 같다. 먼저 위에 언급한 사항들이 수거에 해당되고 그 쓰레기들은 1차 선별 업체로 향하게 된다. 아파트 주민들의 노력과 분리수거에 대한 인식 상승으로 쓰레기는 어느 정도 분류된 상태로 유입된다. 그럼에도 초기 잘못된 분리수거와 물류 이송 단계에서 불가피한 섞임이 발생한다.
1차 선별 업체의 지게차들은 트럭이 두고 간 쓰레기들을 종류에 맞게 실어 나른다. 가장 일반적인 플라스틱을 예로들겠다. 플라스틱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PET로 우리가 아는 생수&음료병이나 편의점 도시락 판처럼 생긴 판 PET가 있다. 그 이후 PP, PE, PS 등이 있으나 가장 먼저 분류되는 것은 PET이다. 그 이유는 가장 물량이 많고 재활용 수요도 많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투명한 PET를 구분하고 이를 또 병과 판을 나눈다. 그렇게 물량이 쌓이면 압축기에 쏟아 넣고 지난번 말한 깍두기 형태의 정육면체로 만든다. PET병만 보긴 했지만 다른 플라스틱들도 아마 이런 방식으로 물량을 모은 후 2차 선별업체로 보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 업계 지식이 미천하여 조심스러우나 2차 선별업체들은 이런 깍두기들을 받고, 풀어 선별기에 집어넣는다. 이후 좀 더 세분화된 상태로 나누어 플라스틱 플레이크(flake) 형태로 소재를 파쇄하여 작게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때 플라스틱의 순도가 높아야 값을 잘 받을 수 있고, 이는 2차 선별 업체의 선별 능력과 (시설 투자가 얼마나 고도화되어 있는가) 직결된다.
PET 경우 가장 순도가 높은 것은 1순위 : Bottle to Bottle (PET병으로 다시 활용) & 장섬유 (옷 원료로 사용), 2순위 : 자동차 시트 등으로 사용, 3순위 : 팔레트 등이다. 우리나라 플라스틱의 대부분은 2순위에 해당한다. 2차 선별업체들의 시설 투자 부분이 미흡한 것도 있지만 식약처의 ‘기구 및 용기·포장의 기준과 규격’ 기준에 따라, 재활용 페트병을 식품과 직접 접촉하는 포장 용기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2022.01.18, 강명윤 기자).
요즘 2차 업체들은 플라스틱을 구하지 못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국민들의 플라스틱 소비가 줄어서 그런 것일까? 그건 아닌 것 같다. 아마도 2차 선별 업체들이 많아지며 대응 가능한 능력(capacity)이 높아짐에 따른 경쟁 과열, 일관적인 플라스틱 소비, 분리수거 과정에서의 유실 등 복합적인 이슈들이 묶여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한다.
재활용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보았는데, 그것은 바로 오염된 플라스틱들 이였다. 예를 들면 비닐을 벗기지 않은 PET병, PET병 내부 불순물, PET병에 부착된 종이 스티커 등이 있다. 모두 PET로 분류되어 작게 파쇄되는데 혼합되어 있다면 또 다른 선별 작업을 요구하게 되고 이는 곧 페트병 순도를 높이기 위한 추가적인 투자를 요구하는 것이다. 물론 선별기술의 발전으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는 있겠지만 최종적으로 소비 배출하는 우리 같은 소비자들이 깨끗하게 배출한다면 불필요한 투자 및 시간 소모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쪼록 이 글이 재활용 프로세스 이해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재활용 인식을 높이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혹시라도 잘못 쓰인 부분이 있다면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드리고 더 공부해서 바로 잡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