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4- 최후진술
고충심사위원회에 다녀왔다. 몸이 두드려 맞은 듯이 아프다.
오늘의 글은 고충심사위원회에 참여하기 위해 썼던 최후진술 초안으로 일지를 대신하고 싶다.
지금 많이 긴장되고 두렵습니다.
고충심사 청구가 처음이기도 하고 의원분들이 혹시 저를 별것도 아닌 일로 싸움을 거는 사람이라는 편견을 갖고 계시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두렵습니다. 저도 이 과정까지 오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 과정을 신청하는 것, 그리고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많은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살고 싶어서, 또 이러한 상황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용기를 냈습니다.
교감선생님의 답변서를 보았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는 말들 투성이었습니다. 남 탓과 변명뿐인 답변에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까지 무엇이 맞는가에 대한 공방을 하며 저에게도 의원님들에게도 감정소모되는 일을 하고 싶진 않습니다.
이미 제출한 서류를 통해 저와 피청구인인 교감선생님의 의견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내용에 대한 판단은 제출한 서류와 조사를 통해 의원님들이 잘 고민해 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용기를 내어 이곳에 온 이유는 단 한 가지, 피청구인의 불통으로 인한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발 도와달라는 것입니다. 복무에 대한 문제로 여기까지 오게 될 줄 정말 상상도 못 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로 고충심사를 청구하게 되어 저도 정말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복무문제는 일부일 뿐입니다. 복무에 대한 내용조차 소통이 잘 안 되는 것을 보셨을 때 그 외에 소통은 어떨지 예상되시지 않습니까? 저는 피청구인이 혼자서 자신의 이야기를 30분가량해도, 저에게 혼자 사냐고 세 번을 물으며 기억하지 않고 또 물어도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고자 하는 피청구인의 노력이겠거니 생각하며 웃으며 응대했습니다.
하지만, 9월 6일에 저는 완전히 돌아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픈 저에게 몸은 괜찮은지에 대한 질문도 없이, NEIS상의 오류인데 과도하게 해석하여 매번 새로운 진단서를 첨부하라며 이야기하고, 저의 이야기는 듣지 않는 피청구인의 모습에 상처받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작년에 학부모가 2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민원을 넣어 학년말에 병가를 냈고 지금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학부모 때문에 상처받았지만 관리자분들이 저를 잘 보호해 주셔서 올해 복귀할 용기를 냈는데 올해는 아물어가던 그 상처에 관리자분이 소금을 뿌리시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올해 잘 해내고 싶었습니다. 다시 잘 적응하여 내년에는 담임도 해보며 조금씩 상처를 치유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시 병가를 내게 되었습니다. 9월 6일 교감선생님과 병조퇴 관련 대화를 나눈 그날 이후 저는 점점 두통과 구토감이 심해졌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살기 위해 상담을 신청했고, 살기 위해 고충심사 청구를 했습니다. 다시는 저처럼 교직을 수행하다가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교감선생님의 불통으로 병드는 사람이 다시는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학교 내에서 해결해 보고자 부장님들과 교장선생님들을 통해 넌지시 이야기해 보아도 교사회 차원에서 간담회를 요청하여 직접 이야기를 나누어도 변하는 것은 없었습니다. 교사들의 이런 마음을 아는 교장선생님께서 교육지원청에 도움요청을 해보았지만 돌아온 답변은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없으니 교장선생님의 카리스마를 키우라는 이야기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용기 냈습니다. 변화는 없고 상황은 반복되고 심지어 악화되는 것을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어서요. 저와 저의 동료들의 문제의식을 교육청과 함께 공유하고 함께 해결하고 싶어 고충심사 청구를 통해 의원님들에게라도 현재의 문제를 알리고 싶었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이러한 불통의 근무환경이 변화하는 것뿐입니다. 하지만, 있었던 일을 인정하지 않고 앞으로를 약속하는 말이 없는 답변서에 저는 또 좌절할 뿐입니다. 제발 의원님들이 도와주십시오. 저는 내년에 지역을 이동합니다. 몇 개월만 참으면 자연스럽게 피청구인을 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힘든 과정을 하기로 선택한 이유는 이 상황을 그대로 두면 또다시 누군가 상처받고 아프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발,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