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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 빨간 쿼카 Jan 05. 2024

볼 빨간 쿼카의 병가일지

EP.26- 오랜만에

오늘은 오랜만에 학교 가는 날이다. 출근은 아니고 내년에 다른 지역으로 전근을 가야 하기 때문에 서류를 작성하러 방문한다. 오랜만에 동료들을 만난다는 설렘과 그를 만나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공존한다. 일단은 오전 활동은 루틴대로 움직인다. 금요일은 피아노레슨을 가고 운동을 간다. 이번 피아노레슨이 3번째 처음 배운 곡들의 디테일을 잡고 12월에 잘 어울리는 캐롤곡 하나도 추천받았다. 토니 베넷과 레이디가가가 부른 ‘Winter Wonderland’를 피아노 곡으로 연주한 곡이다. 선생님의 연주를 들었는데 내가 배우고 싶던 재즈 느낌도 담겨있고 멋진 곡이었다. 매번 이렇게 나의 취향을 저격하는 곡을 추천해 주신다니 감사하다. 덕분에 피아노 연습이 지루하지 않다.

오늘 운동은 폼롤러테라피, 집에도 폼롤러가 있지만 혼자서는 잘 사용하기가 어려워 꾸준히 듣고 있다. 아직 센터에서 배운 것을 집에서 활용할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씩 몸의 근육과 폼롤러 사용법을 익히고 있다. 오늘은 복부와 허벅지 쪽에 집중하며 풀었다. 허벅지를 풀고 몸의 가동성을 늘리는 마사지도 배워 옆에 분과 짝을 지어 실제로 해봤다. 몸에 대한 이해가 늘어나는 시간이다.

운동이 끝나고 점심 먹고 학교에 가려면 어떤 메뉴가 좋을까 고민해 본다. 추운 날씨에 수제비를 또 해 먹을까 고민하다가 점심을 요리해서 먹으면 학교 가는 시간이 늦어질 것 같기도 하고 김밥도 먹고 싶어 져서 요가센터 1층에 있는 김밥집에 방문한다. 어떤 김밥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사장님께 가게이름이 들어간 김밥은 어떤 김밥인지 물어보았다. 달걀이 많이 들어간 김밥이라고 하셨다. 그 김밥이 사장님의 추천, 시그니처 메뉴인지 여쭤보았다. 그랬더니 제일 잘 나가는 것은 원조김밥이라고 하시기에 그럼 나는 내가 처음에 먹고 싶었던 참치김밥을 먹기로 한다. 그랬더니 사장님이 웃으셔서 나도 덩달아 웃었다. 나의 선택이 의외셨나 보다. 김밥은 빨리 나왔고 포장된 김밥을 들고 집에 왔다.

집에 오니 벌써 1시를 향해 가고 있다. 왠지 학교에 빨리 가고 싶어 한약만 먹고 포장한 김밥은 학교에 가서 먹기로 한다. 학교에 도착하니 이미 1~4학년은 끝난 시각이라 고요하다. 가끔 마주치는 아이들이 내가 다 나았는지, 이제 학교에 돌아오는 것인지 물어본다.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물어보는 모습에 가슴이 따뜻해진다. 아니라고, 오늘은 잠시 일이 있어서 왔다고 하니 아쉬운 표정을 지어주는 것도 참 고맙다. 학교는 고요하지만 바쁘다. 오랜만에 만난 한 동료는 할 일이 많아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무슨 일이냐고 왜 이렇게 바쁘냐고 물어보니 상황을 이야기해 준다.

‘조용할 날이 없네.’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다른 동료를 만나 서로 잘 지냈냐고 물어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내가 병가 중이었던 4주 동안 꽤 많은 일이 있었다. 이제 좀 정리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조용할 날이 없었네요.”

라고 말하니 오늘은 조용한 편이라며 우스개 소리를 한다. 동료들과 이야기하다가 스트레스를 먼저 받고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2층으로 향한다. 그에게 향하기 전, 교장실에 들러 숨을 골라본다. 교장선생님은 오늘도 보호자 상담과 협의 등으로 바쁜 하루를 보내셨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할 때도 다른 동료와 다음 회의를 준비하는 회의를 하고 계셨다. 교장실에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한숨 고르고 다녀와보겠다며 교무실로 향한다. 그에게 가서 전근 서류 때문에 왔다고 말한다. 긴장하며 있었는데, 다행히 생각보다 무탈히 진행되었다. 위원회효과일까? 하고 생각하다가 섣부른 판단은 하지 않기로 한다. 서류 작성을 마치고 온 나에게 고생했다며 따뜻한 차를 선물해 준다. 정말, 다사다난한 2년이었지만 동료들을 잘 만나 그나마 이만큼 지낼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한 달 만에 만나도 반갑게 환대해 주는 동료들, 그런 동료들과 더 이야기 나누고 싶지만, 이후 일정이 있어 학교를 나선다. 바쁜 학기말이지만 남은 기간은 고요한 학교처럼 선생님들의 마음만은 고요하게 지나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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