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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 빨간 쿼카 Dec 18. 2023

볼 빨간 쿼카의 병가일지

EP.17- 왜 자기 공은 안 가지고 노는 거야?

어제 번개 반달 똑똑에 이어, 오늘은 미리 약속했던 반달 똑똑 날이다. 필로시코스와 반달이와 함께 반려견 놀이터에 가기로 했다. 차에 타있는 반달이는 항상 에너지 넘쳤는데 오늘은 좀 졸려 보인다. 무슨 일인가 물어보니 차에 타기 전까지 전기장판 위에서 몸을 녹이며 자고 있다가 왔다고 한다. 아직 잠에 취해있는 거였구나. 귀엽다. 반려견 놀이터에 도착한 반달이는 언제 졸려했냐는 듯이 에너지 넘쳤다. 반달이의 친구들도 놀이터에 이미 몇 있었다. 친구들과 인사를 나눈 반달이는 성향이 맞는 친구가 없는지 필로시코스와 우리 쪽으로 왔다. 심심한 건가 싶어 필로시코스가 가져온 공을 던졌더니 신나서 달려간다. 격하게 놀고 싶었구나 반달이. 공을 발로 차기도 하고 던지기도 하면서 반달이와 공놀이를 했다. 그랬더니 주변에 있던 레이(처음엔 몰랐는데 나중에 알게 되었다)가 내 앞으로 왔다.

“너도 이 공으로 같이 놀고 싶어? 그럼 던질게, 누가 잡나-”

레이와 반달이가 내 근처에서 준비되어 있길래 공을 던졌다. 반달이는 조금 천천히 가는데 레이가 정말 전속력으로 그 공을 향해 달려 차지했다. 공을 차지한 레이가 당연히 나에게 올 줄 알았는데 자신의 보호자에게 갔다. 어머나 ㅎㅎ. 그래서 그 보호자분이 그 공을 다시 반달이에게 주기 위해 레이의 공을 가져왔다. 레이에게 레이의 공을 보여주며 던졌는데 레이는 차지한 공을 놓을 생각이 없고 오히려 반달이가 전속력으로 그 공을 가지러 갔다. 이게 무슨 일인가 ㅎㅎ. 다시 한번 보호자분이 레이에게 반달이 공을 받아 반달이에게 보여주고 던졌는데 둘 다 달리긴 했지만 반달이는 천천히, 레이가 전속력으로 달렸다. 몇 번을 반복해도 마찬가지였다. 너희 왜 자기 공 말고 친구 공만 쫓아가는 거니…?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반려견 세계에서는 익숙히 일어나는 일인가 보다. 필로시코스도 레이 보호자분도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있었다. 레이 보호자분이 반달이에게도 공을 던져주셔서 덕분에 잠시 따뜻한 물을 마시며 쉴 수 있었다. 반달이는 한창 신나게 공놀이를 하다가 조금 지쳤는지 필로시코스와 내 쪽으로 왔다. 레이의 공을 문 채…ㅋㅋㅋ 아니 아예 가져와버리면 어떡하니 반달아…ㅎㅎ 그렇게 레이와 반달이는 서로의 공을 갖고 서로의 공간에서 쉬고 또다시 각자 가지고 간 친구의 공으로 놀기도 하고, 서로 같이 놀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제 레이가 집에 갈 시간이 되었다. 보호자분이 집에 가자고 하는데 레이는 아직 반달이의 공과 헤어질 준비가 안 됐는지 보호자분의 가자는 말을 못 듣는척했다. 귀여운 레이. 그래서 보호자분이 공을 던져주며 레이의 아쉬움을 달래주었다. 그때 반달이가 레이 보호자분 점퍼 주머니로 돌진했다. 왜 저러는 거지? 공 달라고 하는 건가?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주머니에 있는 간식 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아 간식을 달라고 간 것이었다. 아니 공에 이어 간식까지 달라고 하다니 너무한 거 아니니 반달아 ㅋㅋㅋㅋ 그렇게 레이의 간식 하나는 반달이가 먹었다.(보호자분이 먼저 반달이 알레르기에 대해 확인한 후 주셨다. 다른 반려견에게 간식을 그냥 주면 알레르기 때문에 큰일이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천방지축 반달이는 사실 레이의 간식을 먹기 전에 놀이터에 새로 온 친구의 물을 먹기도 했다. 보호자분이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고 반달이가 충분히 먹을 수 있도록 또 떠주시고 또 떠주셨다. 친절한 보호자분들 덕에 호강하는 반달이었다.

레이가 공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한 채 놀이터를 떠나고, 우리도 놀이터 근처 산책길을 산책하기로 했다. 반달이는 놀이터에서 한껏 놀았는지 리드줄이 느슨해졌다. 오늘도 반달이 덕분에 힐링하며 운동할 수 있는 것이 참 좋다. 날씨가 천천히 추워져야 반달이와 산책도 더 많이 갈 수 있을 텐데… 겨울이 조금만 천천히 와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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