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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 빨간 쿼카 Dec 20. 2023

볼 빨간 쿼카의 병가일지

EP.18- 커리어 쿼카

“언제 시간이 이렇게 됐지?! “

나와 필로시코스가 카페를 떠나면서 한 말이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이곳에 있었다.

이번주에 필로시코스를 만나는 날이 많다. 필로시코스가 내가 집안에만 있을까 봐 나를 꺼내어 여기저기 데려가준다. 고마운 친구다. 오늘은 지난 월요일에 친구 E, F와 갔던 카페와 같은 건물이지만 다른 층에 있는 카페에 가보기로 했다. 월요일에 갔던 카페와 같은 건물이어서 주차할 때 헤매지 않을 수 있었다. 월요일보다 조금 더 능숙하게 엘리베이터를 찾아 카페에 도착했다. 이미 카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사람이 많다고 듣긴 했는데 정말 많았다. 평일 낮에 이렇게 사람이 많을 수가! 카페를 살펴보며 앉을자리를 보는데 오늘은 날씨가 뿌얘서 ##호수도 잘 보이지 않았다. 물론, ##호수를 볼 수 있는 자리는 다 차있기도 했다. 월요일에 봤던 풍경이 정말 날씨가 쾌청해야 누릴 수 있는 풍경이었다는 걸 오늘에서야 깨닫는다. 나는 안개가 낀 건가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미세먼지가 매우 나쁨 상태였다. 왠지 날씨가 춥지 않더라니…. 하늘이 예쁘면 날씨가 춥고, 따뜻하면 미세먼지가 나쁨인 그 시기가 다시 왔구나. 무튼, 우리는 ##호수 풍경도 볼 겸, 각자 할 일도 할 겸 카페에 온 것이기에 ##호수도 잘 안 보이고, 사람이 많아 집중하기도 어려운 상황인 카페는 우리의 목적과 맞지 않았다. 그래서 친구 E, F와 갔던 카페는 어떤지 살펴보려 엘리베이터를 탔다.(친구 E, F와 그 카페를 갈 수 있었던 것도 필로시코스가 알려줘서였다. 필로시코스가 오늘의 플랜 B로 알려준 곳을 다른 친구들과 먼저 가버려서 조금 서운해하기도 했다. 다시 한번 미안 필로시코스)

다시 찾은 카페는 여전히 평화로웠다. 이 평화로움이 좋다. 바깥 풍경이 미세먼지 매우 나쁨 상태인 것은 전 카페와 똑같지만 사람이 적어서 훨씬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만장일치로 이곳에서 머물자고 정했다. 뿌연 하늘과 호수가 잘 보이는(마음이 평화로워지니 뿌연 하늘과 호수도 나름 운치가 있었다.) 자리에 앉아 각자 해야 할 일을 했다. 필로시코스는 영어 공부를 나는 밀린 브런치 글을 썼다.(흙ㅠ 강릉여행에 돌아와서 병가일지를 하루 미뤘더니 하루가 이틀이 되고, 사흘이 되며 다시 따라잡는 것이 어렵다. 다음부턴 밀리지 않겠다고 다짐해 보지만 과연…?! 그래도 밀리면 진즉에 포기했을 가능성이 높은데 브런치와의 약속이 있어 병가일지를 포기하지 않아 참 다행이다. 나름 루틴을 유지하기 위해 장치를 둔 쿼카 칭찬해!)

밀린 병가일지를 열심히 쓰고 있는 커리어 쿼카의 모습

친구 E, F와도 카페의 배경음악에 대해 이야기했었는데 필로시코스도 카페의 배경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뭔가 집중력을 높여주는 배경음악 검색하면 나올 것 같다며. 그래서 그럴까 브런치 글을 쓸 때 다른 생각이 들어올 틈이 없게 집중이 잘됐다. 집에서 쓸 때와 다른 느낌이다. 중간중간 필로시코스와 대화도 하며 썼는데 대화할 때는 대화에, 글을 쓸 때는 글에 집중하는 전환이 잘 되었다. 이 카페의 배경음악에 대해 탐구해봐야 할 것 같다. 집에서도 이 배경음악을 틀면 평화로운 마음과 집중력이 향상되지 않을까?

어느덧 카페에 온 지 3시간이 지났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잘 지났는지 필로시코스도 나도 어리둥절했다. 덕분에 밀렸던 병가일지 에피소드 두 개를 썼다. 휴,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다. 다음에 일할 거 있을 때 또 오자고 약속하며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신기한 공간, 야경도 멋있다고 하니 저녁에 한 번 더 필로시코스와 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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