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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 빨간 쿼카 Jan 22. 2024

볼 빨간 쿼카의 병가일지

EP.32- 오랜만에 도예

올해 2월, 병가 후 복귀를 앞둔 나는 출근이 싫어지는 기분을 조금이라도 완화하기 위해 한 가지 장치를 두었었다. 바로 일요일 오후에 취미생활 꾸준히 하기다. 일요일밤에 특히 출근하기 싫은 마음이 커지니 일요일 오후나 저녁에 취미생활을 하고 출근하기 싫은 마음이 들기 전에 잠들어 버리자는 전략이었다. 그 전략에 선택된 취미생활은 ‘도예’였다. 다행히 ‘도예’는 흙을 만지면서 무아지경에 빠질 수도 있고 적당히 체력도 쓰는 활동이라 월요일 출근을 잊기에 딱 좋았다. 또한, 만난 선생님이 정말 자세히 설명해 주시고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의 방향을 잘 안내해 주셔서 ‘도예’에 푹 빠질 수 있었다. 그리고 선생님의 가장 큰 매력은 ‘무해함’이다.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지 않는 대화주제, 화법을 보며 ‘도예’에도 ‘선생님’에게도 더더욱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도 공방 소개를 적극적으로 했다. 선생님 이름을 모를 땐 ‘무해쌤‘이라고 부르며, 꼭 그분에게 수업을 받으라며 얘기하곤 했다.

그렇게 2월부터 8월까지 쭉 다니다가 7-8월에 ‘도자공예기능사’ 자격증에 도전하며 체력을 많이 써서 한 달만 쉬고 오기로 했다. 그러다 병가를 내고 다른 일들과 이유 때문에 계속 미루고 미루다 보니 오늘에서야 겨우 다시 나가게 되었다. ‘올해 안에는 ‘무해쌤’의 얼굴 다시 보러 가야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또 뒤로 엄청 밀렸을 것이다. 공방에 들어서니 나를 제일 먼저 알아보고 반겨준 사람은 역시 ‘무해쌤’이었다. ‘무해쌤’과 포옹하며 오랜만에 보는 회포를 풀고 원장님과도 인사를 나눴다. 또한, 내가 다니던 8월까진 계속 공사 중이었던 4층 공간이 완성되어 ‘무해쌤’과 함께 구경하고 오랜만에 백자토를 만졌다. 이번에는 티라이트를 넣어놓으면 은은하게 빛나는 도자기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공방에 귀여운 작품이 있어서 그것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무해쌤’의 작품이었다. 무작정 따라하면 저작권을 침해할 수도 있는데 선생님이 자기 작품이니 괜찮다고 해주셔서 만들 수 있었다. 오늘은 코일링 기법을 통해 틀을 만들고 다음 주에 빛이 새어나갈 구멍과 티 라이트가 들어갈 구멍을 투각하고 꾸밀 예정이다. 계속 몸이 늘어져서 공방까지 오는 것은 힘들었지만 역시 공방에 오니 좋다.

오늘 만든 티라이트 홀더(투각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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