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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 빨간 쿼카 Feb 05. 2024

볼 빨간 쿼카의 병가일지

EP.38- 서울의 봄(12.12: THE DAY)

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영화 ‘서울의 봄’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친구가 보았는데 영화관에서 꼭 한 번 보길 추천한다고 했다. 다만, 영화를 보면 화가 나는데 그 화가 오래간다고 했다. 요즘 화를 많이 내서 지친 터라 영화를 보고 바로 전환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4주 차 무대인사가 진행 중이어서 무대인사를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끝나고 배우들을 만나면 영화와 현실이 구분되어 잘 전환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상영 후’ 무대인사 중에 일정이 되는 날로 예매를 했다. 무대인사는 예매하기가 정말 어려운 줄 알았는데 4주 차까지 진행을 해서 그런지 며칠 전에 해도 빈자리가 있었다.

영화 시작하기 전, 영화가 끝나면 저 앞에 배우들이 나올 예정이다.

조금은 설레는 마음을 갖고 기다리다가 영화를 볼 날이 다가왔다. 친구는 영화를 보고 화가 났다고 했는데 나는 영화를 보며 화도 났지만 슬픔이 앞섰다. 전두광, 노태건 등등의 반란군역이 그런 행동을 할 것은 너무도 예상돼서 그랬던 걸까. 12.12사태에서 희생된 사람들과 민주화 과정에서 이름도 없이 스러진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 더 많이 났다. 그리고 내가 정말 분노했던 역은 그 상황을 해결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에게 “네가 책임질 거냐!”라고 소리 지르며 아무것도 못하게 하고 어느 것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참모총장’ 역이었다. 그가 겹쳐 보였던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나니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에 대한 고민이 남았다.

서울의 봄 무대인사 왼쪽부터 정우성, 박훈, 김성균, 이성민, 김성수, 프로듀서분이었다.

여러 생각과 감정을 곱씹으며 엔딩크레딧을 보고 있다 보니 배우들이 무대에 등장했다. 김성수 감독과 이성민, 김성균, 박훈, 정우성 배우가 함께했다. 스크린에서 보던 얼굴들이 무대에 나와 있으니 새로운 느낌이었다. 감독과 배우들이 한 마디씩 하는데 전두광의 비서실장 역할을 맡은 ‘박훈’ 배우는 말을 시작할 때 “도청해서 죄송합니다.”라는 말로 시작하여 다들 웃었다. 무대인사 후기를 보면 반란군역은 다들 죄송하다는 말로 시작한다던데 정말이었다. 원래 오늘 김의성 배우도 나온다고 했는데 없어서 다른 일정이 생기셨나 보다 했는데 영화에서 등장하던 귀마개 쓴 모습으로 마지막에 깜짝 등장했다. “나는 정우성 옆에 서는 것이 두렵지 않다!”(이 전에 박훈 배우가 정우성 배우 옆에 서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했었다.)고 외치며 익살스럽게 깜짝 등장해서 덕분에 웃게 됐다. 김의성 배우도 마찬가지로 사과를 하고 한마디를 했다. 그 후엔 사인 포스터 나눔과 셀피타임을 가졌는데 샤이한 나는 멀리서 배우들을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연말느낌 낭낭한 크리스마스 트리-

멋진 영화와 무대인사를 보니 시간이 사람들이 몰리는 퇴근시간이 되어 근처 카페에서 샌드위치와 카페라떼 한 잔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그때 통화했던 친구와 연락하며 영화와 무대인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다시 한번 오늘을 되돌아보았다. 카페 창문으로 멋진 트리가 보이고 마침 내가 갔던 시간이 미디어 아트를 하는 시간이어서 한 편의 공연을 보듯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행복했다. 서울의 봄,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고 나중에 집에서도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영화였다. 서울의 봄 덕분에 오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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