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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원 Apr 12. 2019

사월 목련소식

  안녕하세요. 평창고 교사 이경원입니다.


어제 지인과 통화하던 중,  어떻게 지내냐는 물음에


   '컨베이어벨트 위에 올려진 부품 같다.  살고 있는 건지 살아 지고 있는건지 모르겠다'며 이야기를 나눴어요. 마침 근처에 있던 아이들이 통화내용을 들었는지 다가오며 자기들도 그렇다네요.  전화를 간단히 마무리하고, 학생들에게 학교생활 어떠냐며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너무 힘들어요', '너무 바빠요', '제가 뭘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등등 이야기를 풀어 놓으네요. 수업시간에도 말문을 열어주니  성적도 안 나오고, 생기부 스트레스도 많고, 공부하기 너무 힘들다네요. 어떤 아이는 산책 중 다가와 꿈이 있었는데 00이/가 '벌써 늦었다'라고 얘기를 해서 상처가 되었다네요. 대화 마무리의 아이 말이 더 가슴을 찌르네요.


 '다른곳에서 제가 힘들어 한다고 말하지 말아주세요' 

무엇이 그 힘듦을 숨기게 하는지 마음이 먹먹했습니다.


  어느 시인이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하였지요. 통계를 보면 3월 후반부터 4월 청소년 자살율이 제일 높이 나오니 아이들한테는 잔인한 달이 맞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마도 자연은 따스한 햇살과 목련, 벗꽃, 산수유로 뽐내며 학생들을 밖으로 나오라 하는데, 딱딱한 책상에 앉아 밤늦은 시간까지 공부해야 하는 현실과의 괴리감이 아이를 힘들게 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언젠가 아이가 '따뜻하고 맑은 날씨가 더 싫어요.  나갈 수 없는데 날씨가 좋으면 더 힘들어요' 라며 한 말이 슬프게 기억나네요.


  며칠 있으면 기억조차 상처가 되는 세월호 5주기입니다. 


  처음 아이 태어날 때 기억나시나요?  모든 부모님의 바람이 같을 것 같아요. 진심으로 기도를 하지요.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그 간절한 희망을 넘어 건강하게 성장하여 고등학생으로 의젓하게 존재하고 있는 아이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곁에 머물러 주는 기적같은 감사함이 익숙해지니, 어느 순간부터 욕심이 생겨 친구랑 지냈으면, 악기도 하나 다룰 있었으면, 성적도 나왔으면... 하며 어른의 욕심에,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아이들은 오늘도 딱딱한 책상에 앉아 책과 씨름하고 있는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 인간은 혼자라고 느낄 때 지옥을 경험합니다. 반면 버림받지 않았다고 생각할 때 우리는 모든 종류의 어려움과 고난에 맞설 수 있습니다."    - 프란치스코 교황


지금의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혼자가 아니라는 부모님의 관심, 교사의 관심, 주변의 관심이 아닐까요?  


  인간이 느끼는 고통중에서 가장 큰 고통이 배고픔의 고통이라네요. 그런데 요즘은 굶어 죽는 시대는 아니지요. 두 번째 고통이 버림받는 고통이라네요. 교황의 말씀처럼 아이들은 부모나 교사로부터 버림받지 않기 위해 오늘도 스스로를 다그치며 책상에 앉아 있는건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동영상입니다. 아이의 선택이 한결 같네요.


겉으론 쑥쓰러워서 표현하지 못 하더라도,  아이들 마음은 늘 부모님을 먼저 생각하고, 부모님의 행복을 생각하고 있었나 봅니다.  


https://youtu.be/d3mDFtCf3vE


  차갑게 내리던 눈도, 싸늘하게 불던 찬바람도 어느덧 기울어졌네요. 주변에 개나리꽃이 노오랗게 활짝 만개를 하며 따뜻한 봄날을 알려줍니다. 


이번주말 아이 손 잡고 봄 꽃구경, 바다 구경 한 번 다녀오시면 어떨까 전해봅니다. 풍성하고 다양한 먹거리는 덤이겠지요^^  4월 30일이면 첫 시험이 치러집니다. 시험에 가장 민감한 사람은 본인이겠지요. 모른 척 하시고, 주말 '힘들지?  괜찮아 지금도 충분해'라며 폼나게 한 턱 쏘시면 아이는 알아서 잘 할거예요. 저도 울 집 아이들과 꽃구경 한 번 다녀오려구요. 


#. 4월 17일 13:50-16:40.  과학의 날 체험부스를 운영합니다.  자연계 친구들에게 맘껏 놀아보라고 던져줬네요.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데 어찌될 지는 모르겠습니다. 잘해도 못해도 다 아이들 몫으로 성장거름이 되겠지요. 혹 시간되시면 어떻게 과학으로 노는지 구경오세요.(장소 : 체육관, 기술실, 무한상상실, 3-3반교실, 3-4반교실에서 진행됩니다.)




                                                                              *** 넋두리 ***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 이따금 말에서 내려 자신이 달려온 쪽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말을 쉬게 하려는 것도, 자신이 쉬려는 것도 아니었다. 행여 자신의 영혼이 따라오지 못할까 봐 걸음이 느린 영혼을 기다려주는 배려였다. 그리고 영혼이 곁에 왔다 싶으면 그제야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    -인디언 속담 中-


  수요일 저녁 아들에게 장난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아이 표정이 어둡네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도 대답을 하지 않네요. 저녁에 같이 운동을 하기로 했는데 힘들다며 오늘은 쉬자고 합니다. 날이 추워 그렇겠구나 했지요. 그런데 어제 늦은 시간에 동네 아이들 이야기를 들었네요. 아들이 참 힘든 일을 겪었다고, 괜찮은지...그제야 아들 표정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아들의 상처도 바라보지 못하고 그러려니 넘어간 것이 마음에 걸려 침대에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너무 무섭고 힘들었다고 하네요. 아들을 재우고 참 많이 아프게 생각했습니다. 


  참 열심히 살고 있는데,  정말 바삐 살고 있는데, 아이 아픔 하나 알아주지 못하고 살고 있었구나.  


  간혹 교실에서 유령(?)을 봅니다. 아이들 관계 속에서 있는 듯 없는 듯 한 아이(한 학급에서지 지내는친구들도 의식하지 않는, 마치 유령 같은). 아이들은 대수롭지 않은 듯 그 분위기에 익숙하네요. 아이들도 저도, 학교 선생님들도 모두가 참 열심히 생활합니다. 그런데 주변을 못보고 있었구나, 어딘지 모를 앞만 보고 가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업시간, 야자시간, 동아리시간, 점심과 저녁시간 등등 아이들은 참 열심히 살아내고 있는 모습을 봅니다. 그런데 뭔가는 채워지지 않은 느낌. 과학의 날 행사, 동아리 활동, 걷기명상, 탐구대회 준비 등 참 열심히 하는데 푹 빠져서 흥겹게 한다라는 느낌보다는 '열심히 한다'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왜일까요.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 되서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되네요. 무엇 때문에 하는지, 무엇을 위해 열심히 생활하는지 , 영혼이 따라오는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너무 바삐만 사는 건 아닌지....


  학교라는 공간에 여유라는 삶이 들어왔으면 희망해봅니다. 


  평고의 포토존(봄날 핫플레이스). 하얀 목련이 피니 아이들 담임쌤 이끌고 사진찍기에 열을 올립니다. 학급별. 동아리별. 친한친구와  때론 연인(?)과  순번을 기다려 할 정도네요. 중식시간이면 운동장에 노천카페가 운영되고, 쉬는 시간과 밤늦은 시간에도 아이들은 각자의 관심과 재능으로 열심히 생활하네요. 그 모습을 담고, 감동받고, 서로 공유하는 시간이, 여유가, 그리고 대화가 싹트기를 희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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