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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원 Apr 29. 2019

첫 시험

꼴지를 위하여

안녕하세요. 평창고 교사 이경원입니다.

4월의 꽃들도 시들해지는 요즘. 시험 앞 둔 아이들 눈치에 어찌 지내시는지요?  다 큰 녀석이 자기 관리는 잘하는지 책상정리나 옷가지도 제대로 안해놓고, 말 좀 걸라치면 짜증부터 내지는 않는지요? 공부가 뭔 유세라도 되는지 참.  비위 맞추기 힘드시지 않은지요?


학교에서도 그래요.  유난히 더 떠들고, 시끄럽고 그러네요. 운동장으로 나가 소리라도 지르며 잠시라도 힘겨움 벗어 던지면 좋으련만...  아마도 시험에 대한 갑갑함과 부담감은 본인이 제일 크겠지요. 그러다보니 교실과 복도에서 떠들고 평소보다 큰 액션으로 어수선하게 행동하지만 시험 부담감이 운동장 밖으로는 못나가게 하는건 아닐런지요?

월요일 1교시 수업. 출석을 부릅니다. 한 아이만 눈을 마주치고 나머지 아이들은 시험공부하느라 고개 한 번 안드네요.ㅜ.ㅜ  


시험이란 괴물이 이쁘게만 보이던 아이들을 안쓰럽고 버릇없는 아이로 만들고 있는건 아닌지 괘씸해지는 요즘입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890779.html


시험이 만든 낯선 교실풍경.


수업을 들어갔더니 3분의 2가 자리에 없어요. 이게 뭔일인가 싶은데 아이가 먼저 얘기하네요.

 '샘 오늘 뭐해요?'

' 애들은 어딧니? 수업해야지~' 하고 모른척하고 출석을 부르며 결과처리한다고 하니 아이들이 제자리를 찾아 급히 앉네요.  결과처리 된거냐며?,  다음주가 시험인대 자습하면 안되는지?  기간제 선생님 두 분이 이번주를 마지막으로 떠나시는대 감사편지를 쓰면 안되는지... 등등 참 요구사항이 많네요.  평소 어긋남없이 행동하던 아이들이라 낯선 행동에 잠시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아마도 시험이란 괴물이 아이를 이렇게까지 힘들게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도 지켜야 할 것은 얘기했네요.  표현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이해해줄거라 생각하지 마라. 미리 양해를 구하고 마음을 표현해야 이해할 수 있다고 얘기를 했네요.  그리고 샘의 수업내용보다 떠나가는 선생님을 위해 편지를 쓰겠다는 그 마음이 더 소중하니 미리 얘기를 했으면 더 좋았겠다고 ....  

그리고 모두가 일등이 될 수 없는데, 여전히 모두가 일등이 되라고 하는 세상 속에 살게해서 미안하다고...

입시현실은 외면할 수는 없지만,  우리 모두가 한가지만으로 일등이 되려고 하진 말자.  각자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고, 잘 할 수있는 것을 실천하다보면 열심히 축구만 한 친구는 성적은 조금 부족해도 축구는 자신있지 않을까?,  친구들과 재밋게 추억만들기한 사람은 축구는 못해도 사람관계는 누구보다 일등이지 않을까?  좋아하는 것 하자. 그래야 남의 잘남이 질투가 아니라 인정의 대상이 될 수 있다라며 어설픈 이야기를 던졌네요.


아이들 단톡방에 올린 글입니다.


"주말이지만 마음 불편한 주말이지 않을까?  셤이란 놈이 참 그래요.  나쁜넘.   그래도 그 놈과 멋드러지게 맞짱 뜨는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어설픈 일등보다는 가는길 포기하지 않는 멋쟁이 평창고 학생을 응원해봅니다. 어제 들은 '꼴지를 위하여'라는 노래에 울컥하여 공유해봅니다."


https://youtu.be/UiFLJknuwGk


"시험 스트레스 짱이네요 정말 ",  

"너무 공감되서 울 뻔했어요" 등  아이들 답변에 마음이 무겁네요.



주말 앞 산에 오릅니다.

어느새 연초록빛 잎사귀들이 그늘을 만들어주네요. 그러니 산 새들이 먹이 찾는지 시끄럽게 떼를 지어 다니고요. 등산길 오르다 이름모를 꽃,  새 순 돋는 나무가 있어 찍어 보았습니다.  문득, 집 앞 벗꽃은 다 떨어졌는데 또 다른 꽃이 피는걸 보니 다 제 때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같은 나무에서도 새순이 나오는 속도가 다르네요. 아이들도 자기 속도에 맞게 잘 성장하고 있는데 괜시리 가을 꽃을 봄에 피라고 채찍질하고 있는건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색으로, 각자의 역할을 다하며 아이들은 성장하고 있지 않을까요? 빠듯한 일상을 사는 어른의 시선이 조급하여 아이들에게 짐을 지어주는건 아닌지 산을 오르며 잠시 반성해봅니다.



아이들 참 많이 먹습니다. 어느 연구결과 스트레스가 높을수록 먹는 양이 증가한다고 하네요. 시험철 내 자식이 맞나 싶을 정도로 예민한 아이들 먹을 것 충분히 공급해 주는 부모님이 센스있는 부모님이랍니다.

'뭐가 이쁘다고~'란 마음도 있지만, 그 생각이 드는 것 또한 아이가 잘되길 바라는... 행복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겠지요.  평소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 준비해 두셨다가 책상에 앉아을 때 조용히 가져다 주시면 어떨까요? '힘내', '지금도 충분히 괜찮아'.  라는 쪽지까지 있으면...와우 최고 엄마. 아빠^^   시험끝나고 오면 '고생했지?' 라며 두둑히 간식비도 챙겨주세요.  아이가 '어 우리 엄마 왜이러지?' 하면서도 스스로 잘 할거예요.   아마도 시험에 대한 부담감은 본인이 제일 클테니까요.


김제동씨가 그런말을 하더라구요. 자녀의 수학성적이 낮으면

 '그래 우리 아이는 계산적으로 살진 않구나'하며 웃음으로 넘기면 아이는 가장 자기다운 모습으로 스스로를 사랑하며 성장할 거라고요^^


쉿.  이건 비밀인대요.  학교에서도 몇 몇 선생님들이 시험 첫 날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어요. 대신 살아줄 수 없기에 아이의 짐을 덜어 줄 수는 없지만 힘내라고~~,  성적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한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어 작은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어요. 주말에도 즐겁게 부지런히...     

유엔에서 발표한 156개국의 '2019년 세계행복보고서'에 우리나라 행복지수는 54위라네요.

그런데 그 중 사회적 자유 항목인 "인생을 살아가며 선택할 수 있는 자유에 대해 만족하는가"라는 지수는 최하위수준으로 시리아(153위), 아프카니스탄(155위)과 비슷하다네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지표입니다.


행복지수 상위 국가인 덴마크 부모님이 아이와 나누는 대화는 '오늘 우리 뭐할까?'라네요.  옆 집은 뭐하더라가 아니라 뭐하고 싶어?, 뭐하면 즐거울까?라는 이야기를 나눈다고 해요.  


다행히 월요일 화요일 궂은 날씨가 예보되었네요.  봄 날의 따스한 햇살은 시험을 치르는 아이들에게 더한 힘겨움이 되더라구요.  얼른 지나갔으면 합니다.  아이 몰래 시험 후 이어질 연휴 이벤트 '우리 연휴에 뭐할까?, 연휴동안 뭐하고 싶어?'  만들어 보심은 어떨지 말씀드리며 긴 글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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