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평창고등학교 교사 이경원입니다.
저희 집 막둥이가 샤워를 하고 나면 몸만 수건으로 닦고 머리는 젖은 채 나와요. 흘러 떨어지는 물방울에 잔소리도 참 여러번 했는데 그냥 드라이를 하러 갑니다. 며칠전 함께 목욕을 하고 나오는데 머리는 쓰윽 수건만 대고 몸만 닦고 있길래 또 잔소리를 했네요.
"머리에서 물 떨어지잖아. 머리부터 수건으로 털고 몸을 닦아"
아이의 대답
"머리를 닦고 몸을 닦으면 머리카락이 몸에 많이 붙는단 말야. 몸에 머리카락이 붙어 있으면 기분이 안좋아. 그래서 몸부터 닦는거야~"
가만히 지켜보았습니다. 정말 많은 머리카락과 잔털들이 몸에 달라 붙네요. 아이의 대답이 이해가 가네요. 아이 행동 하나 하나 다 이유가 있는데, 조급하게 제 시선과 제 생활로 잔소리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듣고, 이해하고, 설명을 해줘야 하는데... 이래서 또 배우네요.
2019년 평창고등학교의 생활도 어느덧 3개월을 넘어 100일을 향해 갑니다. 곰도 마늘과 쑥으로 인간이 되었다는 100일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어리둥절, 적응 못하고 있는 저를 봅니다. 지긋이 평고의 아이들을 바라보고 이해하고, 공감하고, 대화를 나눠야 하는데 어찌 흘럿는지 벌써 몸만 6월의 중반으로 달리고 있네요.
수업이야기 나눠봅니다.
3학년 수업활동 사진입니다.
'아름다운 한반도'라는 단원을 모둠별로 제시해 주었습니다. RTM활동이라 불리는데, 학생들 각자가 이해한 내용을 각자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발표하는 활동입니다. 모둠별로 모여 개인의 특성을 살려 모둠전시자료를 만드는 활동이라 표현형식도 다양하지요. 3개월간 느껴온 거지만, 아이들 참 잘합니다. 던져주기 무섭게 집중해서 달려들고, 과정도, 마무리도 참 깔끔하게 해내는 아이들을 봅니다. 서툴고 어설퍼 제가 들어갈 빈자리가 있었으면 하는데, 아이들은 프로네요. 알아서 잘 합니다. 가끔 아니 실은 자주 프로인 아이들 바라보며 작은 고민이 생기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맞나? 투박한 아마추어여야 할 아이들이 프로의 기운을 물씬 풍겨네니 그간의 고등학교 생활이 어땠을까 괜시리 미안해지기도 합니다.
"저희가 생각해도 참여하고 잘하는 것 같아요. 뭔가 해야 될 것 같고, 그래야 생활기록부에도 남고, 뭔가 못하면 불안하기도 하고 그래요. 그래도 참여하면서 재밋기도 해요"
프로인 아이들을 보면서, 프로젝트 하나 하나 끝마치는게 아니라 각자의 것으로 남겨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해야해서 하는게 아니라 하고 싶어 하고, 주어져서 하는게 아니라 찾아서 하며 자신의 것으로 남기는 배움과 성장도 함께 하고 있으리라 믿어봅니다. 그래서 오늘 툭 던져봤습니다. "다음 활동은 주제도 너희들이 잡아보는게 어때?" 하고~~
2학년 수업활동 사진입니다.
제시된 주제에 대해 모둠별 탐구 및 정리 후 발표하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어느 선생님께서 수업모형 중에 직소모형과 유사하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수업모형을 적용한다기 보다는 아이들한테 함께하는 활동, 개인의 특성과 장점에 대해 이해하고 교류하며 소통하는 관계를 위해 고안하고 적용하고 있어요. 대부분 초.중.고를 함께 한 아이들이지만 서로 서로 옛기억과 정의내려진 관계로 고착화되어 있는 상호관계가 제 시선에는 상처로 아프게 보여, 관계의 변화가 가능하고, 친구의 모습이 정의 내릴 수 없는 고유한 성장과정임을 알려주고 싶은게 욕심입니다. 익숙한 친구지만 낯설어 대화 한 번 안해본 아이들이 있어 처음엔 모둠활동임에도 개별활동을 하듯 하더니 이제는 조금씩 대화도, 이야기도, 설명도, 떠뜸도 늘어나니 서로의 유리벽을 깨고 있지 않나 합니다.
이번이 두번째 활동인데, 조금씩 조금씩 적응해 가는 모습을 봅니다. 첫 활동때에는 불만이 아주~~^^. 강의해달라고 떼를 쓰기도 했구요.^^ 아이들 변화라는게 그런가봐요. 3년이 걸린다는게 맞는 듯 싶고요. 그래서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
1학년 수업활동은 참 아픈 손가락 같아요. 일주일에 한 시간 주어진 수업. 4월부터 시작된 중간고사와 체육대회, 현장체험학습, 한마음체육대회 등등 여러 행사로 근 6주간 수업을 못하다보니 참 고민이 많이 됩니다. 처음 문자 보내드릴때 말씀드렸던 것처럼, 1학년은 함께 낯선 생활을 시작한 친구로 여기고 함께 적응하자고 했는데 3학년이 익숙한 벗과 같고, 1학년이 거리가 생기는 느낌입니다.ㅜ.ㅜ
수업시간 많이 나누고 이야기하고 바라봐야 하는데 밀린 진도때문에 더 조급해지지 않을까 앞으로 수업이 걱정이 많이 되네요.
바위공원프로젝트부터 진로직업체험학습까지 참 공들이고, 정들이고, 애씀에도 만나 볼 시간이 없으니 아쉬움이 크네요. 아래는 진로체험학습 기사내용입니다.
http://news1.kr/articles/?3628522
아참. 그리고 그것 아세요. 오는 11일(화)이 아이들 100일입니다.^^. 1학년은 평고인된지 100일, 2.3학년은 새로운 학년이 된지 100일이 되는 날이래요. 단군신화를 빗대어 곰과 호랑이도 사람된 날을 맞이하여 담임선생님들이 작은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아요. 직접 서울까지 가서 시장조사를 하고, 선물 하나 하나 의미를 담고 포장하며 이벤트를 기획하는 담임선생님들 모습 보며 '평창고 학생들 참 복 많이 받았다. 이런 담임선생님들과 함께라니...' 혼자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요건 아이에게 비밀입니다.^^ 깜짝이벤트로 준비중이시거든요.
정신없이 이어지는 학교프로그램, 수행평가, 생기부, 기말고사도 이러한 따뜻한 배려와 기운으로 잘 이겨내겠지요. 조급하지 않게 아이들 한 명 한 명 특성을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는 여유가 선생님들께 생겼으면 더 큰 행복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오늘도 여전히 아이들의 흔적(작품)들 정리로 분주한 선생님의 모습과 부족하고 좁은 저의 시선에 보여진 평창고 주인들(학생) 모습 적었던 글과 사진을 전해보며, 6월 소식 마무리 합니다.
작은변화 => 큰 바람. 도전. 혁신의 신호??
층사이 빈 공간에 소파를 두고 패턴을 관찰하는 아이들.
교실 뒷공간 스스로 앉을 공간을 마련한 아이들.
3D 프린터로 맘껏 만들어 보는 아이들.
도서관 앞 휴게실을 만들어 준 선생님.
"선생님 이거(벤치) 너무 좋아요"
"선생님 저희가 해도 되요?"
"너희가 했잖아!"
아이들 마음.생각이 조금 열린듯. 그 문으로 학교공간에 대한 요구와 실천이, 학교문화에 대한 질문과 도전과 실천이 이어지길 희망해본다.
안돼가 아닌 해보자가 되길. 일 잘하는 객이 아닌 서툴더라도 주인되는 삶을 살길...
기다려봐야지^^